•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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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테는 <신곡> “지옥편”에서 가장 밑바닥에 유다와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를 배치했는데, 셋은 모두 저들을 믿었던 이를 배신한 자들이라는 것.
셰익스피어는 <주리어스 시저> 3막 2장에서, 시저를 살해한 브루투스가 로마 시민들에게 시저를 살해한 정당성을 호소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여러분은 시저 혼자가 살고, 다른 모든 사람은 노예로 죽기를 바라는가, 시저를 죽여 만인을 자유인으로 살게 하기보다도?” 하며 딜레마(dilemma) 논리를 동원했다. “있을 수 있는 두 경우를 검토해서, 두 경우가 모두  바람직하지 못한? 결론으로 인도되도록 하는 수사법”으로 알려지고 있는.    
그러니까 상황이 2자 택일적이라면, 필연적인 것을 택한다는 논법이다. 그럴 경우 두 선택지 중에서 손해가 덜한 편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딜레마 논법과 부닥치면, 먼저 그 상황이 진정 양자택일적인지 아닌지를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서 제3의 선택이 가능한지도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브루투스는 다그쳐, “시저가 죽느냐 우리가 죽느냐”하는 양자택일을 밀어붙인다. 그러나 “시저를 죽여서...” 할 때의 “죽임”은 문자 그대로의 죽음을 말하지만, “다른 모든 사람이 노예로서 죽는다.”에서의 “죽음”은 비유적인 죽음일 뿐이다.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단어를 마치 같은 의미인 양 대구가 되게 틀에 짜 맞춘 것이다. 속임수로 시민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브루투스는 연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시민에게 묻는다. “설마 여러분 가운데, 스스로 노예가 되기를 바라는 비열한 인간이 있을까? 있다면 이름을 말하시라. 그 사람에게 나는 죄를 지은 것이 된다. 로마인이기를 바라지 않는 불손한 사람이 있는가? 있다면 있다고 말해다오. 그 사람에게 나는 죄를 범한 것이다. 누가 조국을 사랑하지 않을 만큼 비열한 사나이가 있는가? 있다면 있다고 말해주오. 그 사람에게 나는 죄를 지었으니. 자 대답을 기다려 보기로 하자. “
브루투스의 질문 자체가 수상하다. “노예로 살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도 아니고, “로마인이기를 원하지 않는 불손한 사람”도 아니고, “조국을 사랑하지 않을 만큼 비열한 사나이”는 아니지만, 부루투스가 시저를 죽인 행위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시민은 있게 마련인데, 그 사람들은 “예”로도 “아니요”로도 대답할 수 없지 않으냐 말이다. “네”하고 대답하면 스스로 최하의 인격임을 인정하는 것이고 “아니오”하면 브루투스를 지지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
수사학에는 “다문의 허위(complex question)” 이란 속임수가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으레 내세우는 예문이 있다. “이제 그대는 아내를 때리지 않게 되었는가?”라는 물음을 “네”와 “아니요”로 대답하기를 강요한다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네” 하면 “전에는 구타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가 된다. “아니”하고 대답하면 “아내를 구타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아직도 구타하고 있다”가 된다. 어느 쪽으로 대답해도 아내를 구타하는 사람이 된다. 질문을 작성한 쪽이 상대가 “이전에 아내를 구타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부루투스의 물음이 그랬다. 자신의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 자는 “노예의 삶을 바라는 비열한 인간”이고, “로마인이기를 원하지 않을 만큼 불손한 인물”이고, “조국을 사랑하지 않을 만큼 비열한 사나이”로 제멋대로 결정하고, 질문을 던진 것이다. 시민들은 “자 대답을 기다리겠소.” 하고 여유를 보이는 브루투스에게 “아무도 없소” 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를 받아 브루투스는 “그렇다면 나는 시저를 살해함으로 그 누구에게도 죄를 범하지 않았소.”라는 결론을 만들어 낸 것 이다.  
브루투스는 자신을 평가해달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시민들에게 판단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평론가 케네스 버크(Kenneth Burke)의 말. “그는 시민들에게 선택을 몰아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문제의 답을 조작해 낸 것이다.”
시민들이 브루투스를 “우리의 시저가 되게 하자!” 하고 반응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성공은 안토니오가 연단에 등장하기 전까지였고, 마침내 는 쫓겨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브루투스는 시저만이 아니라 로마시민마저  배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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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투스는 로마시민도 배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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