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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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향한 한국교회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 23대 대표회장 선거를 코 앞에 둔 한기총에 대한 관심은 최근 한교연과 한교총의 통합으로 이룬 한기연을 무색케 할 정도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수년 전 한교연과 분열하며, 주요 교단들이 빠져나가, 한국교회 대표 연합단체로서의 위상을 잃은 것 아니냐는 일부의 괄시도 있지만, 그래도 한기총은 여전히 한국교회의 가장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이영훈 대표회장의 직무정지로, 또 한 번의 직무대행 체제에 놓이며, 나름의 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내부의 불협화음을 단시간 내 극복하고 이번 대표회장 선거를 치르게 된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역사와 전통의 한기총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런 한기총이 최근 더욱 관심을 받게 된 이유에는 단연 이번 대표회장 선거의 주인공이 후보 3인에 있다. 비록 그 관심이 긍정적이든 그렇지 않든 이들의 행보는 연일 화제를 모았고, 특히 지난 817일 열린 정견 발표회에서 절정을 이뤘다.

사실 이들 세 후보가 출마할 당시에는 이들에 대해 교계는 기대보다는 실망의 눈빛을 보냈던게 사실이다. 이는 한기총이 맞이한 위기를 타개할 걸출한 인물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사실 한기총은 대표회장의 직무정지로 맞이한 행정적 마비 뿐 아니라, 재정이 파탄 났으며, 밖으로는 교계에 무르익은 통합 논의로 정치적 공세에 휘말릴 우려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바꿔 놓은 것이 바로 정견발표회였다. 이날 정견발표회는 후보들에 선거법 위반이나 출신 배경, 금권선거 등을 묻는 개별 질문이 주를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요소요소 후보들이 공약한 정책들은 충분히 곱씹어볼만 했다.

이날 정책적으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서대천 후보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애초에 한기총 내 인지도가 지극히 부족했고, 정치적 경력이 미천했던지라 서 후보에 대한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서대천 후보는 현 한국교회의 최대 난제라 할 수 있는 동성애와 종교인 과세에 대한 매우 획기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서 후보는 기존의 한국교회 동성애·종교인 과세 반대운동이 단순히 목소리를 내는 것에 그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현실에 적용시킬 방안을 내걸었다.

서 후보가 내건 정책은 한국교회의 목소리를 전할 국회의원들의 TF팀 구성과, 구체적인 시행 방안의 법적 적용을 연구할 법조인들의 포럼 구성이었다. 이런 서 후보의 정책이 화제를 모은 것은 그간 한국교회가 내건 동성애·종교인 과세 관련 대책 중 가장 현실적이며, 확실한 방안이라는 평가에서다. 물론 가장 확실한 만큼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당연한 의문이 따라 온다. 그간 보수 한국교회는 기독당의 국회진출을 최선의 방법으로 여겼는데, 마치 드림팀을 연상시키는 위 조합이 가능하다면, 기독당의 성공을 능가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서 후보측에서는 교육계에서 쌓아온 경력과 인맥, 신뢰도를 최대한 발휘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추후 직접 겪어봐야 할 일이지만, 만약 서 후보가 대표회장에 당선이 된다면 이 공약에는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만 할 것이다.

이에 맞서는 엄기호 후보는 4개월의 임기라는 시간적 제약이나, 한기총이 처한 환경을 반영한 , 매우 현실적인 공약이었다. 엄 후보 정책의 중심은 한국교회 통합을 위해 매진하는 것이다.

사실상 한국교회의 근본적 숙제라 볼 수 있는 통합 문제를 전면에 들고 나온 것이다. 이는 어쩌면 한기총 경력 20년의, 최근까지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은 관록의 엄 후보가 내세울 수 있는 신뢰의 정책이다. 하지만 한국교회 통합에 대한 총대들간의 온도차가 극심한 상황에 이들 모두를 만족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엄 후보에 놓인 분명한 숙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숙제와 관련 없이 엄 후보의 한기총 20년 경력은 총대들에 있어 매우 큰 안정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엄 후보는 선거 막판까지 관록을 내세워 총대들의 표심을 얻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노아 후보의 공약 중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 회관 건립이다. 김 후보는 평소 회관이 없는 한기총의 모습에 깊은 안타까움을 느꼈다면서 회관 건립을 목적으로 한 30억원의 재단법인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관 건립이라는 논제가 그간 한기총 내에서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일단은 한기총 회원과 총대들이 회관 건립에 대한 필요성을 얼마나 공감하는지가 정책 적용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날 김 후보가 한기총의 핵심사안인 동성애, WCC, 종교인 과세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기는 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 시행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세밀한 보완을 통해 총대들의 표심을 자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의 선거가 이제 고작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기총이 이번에 선출하게 될 대표회장은 4개월 임기의 반쪽짜리 대표회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또다른 측면에서는 가장 위기의 순간에, 가장 예민한 시기를 지낼 매우 주목받을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하며, 총대들은 한기총의 미래를 진정 고민하는 신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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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을 향한 교계의 기대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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