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농부와 시, 그리고 산딸기

이 명 희

농부의 하루는
기도하는 詩다

바람 이는 들녘에
뿌리는 씨앗
밭고랑 따라 맨발로
흙을 덮는 손길
그 기도

하늘에 허리를 펴고
태양을
단비를 구하는 눈물
파릇이 떨리는
 “!___ , 새싹!!”
골진 주름에 번지는 하얀 미소

노을 지고 쉬어가는
산비탈 풀섶
알알이 빨간 향기

“산딸기___
너를 가꾼 이는 누구지?”

 자연은 詩의 모태(母胎)가 된다.
넓고 풍성한 대지에서 농부는 시를 짓 듯 농사를 짓고 또 가꾼다. 가장 창조적인 일이지 않을까, 시 전문에서는 경건하고 아름다운 감사의 울림이 들린다.
프랑스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 의 작품 ‘만종’을 떠올린다. 황혼이 지기 시작하는 저녘 들녘에서 농부 부부가 삼종 기도를 드리는 평화로운 모습은 감명의 극치를 더해준다, 기도하는 농부의 모습은 경건하고 비 할 데 없이 아름답다.
 하늘이 주실 복을 생각한다면 누구나 머리 숙여 기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밭고랑의 작은 씨앗이 흙을 뚫고 솟아나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자연의 법칙은 누가 만들었을까 , 금년은 참 오랜 가뭄과 폭우 등 많은 자연의 변곡점을 지나며 농부들은 마음 조리며 들녘에 서서 더 겸허히 기도하지 않았을까. 어느 것 하나 그 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음에... 농부는 시로 기도 드린다.
 노을 지고 쉬어가는 산비탈 풀숲 까지도 시인은 되묻고 있다. ‘산딸기야 너를 가꾼 이는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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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농부와 시, 그리고 산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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