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한국교회의 폭발적인 성장을 함께했던 부흥 1세대 목회자들이 물러가고 이제 40~50대의 젊은 목회자들이 새로운 열정을 갖고 한국교회를 이끌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교회에 그야말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탄치 못하다. 세대교체 과정에서 수많은 교회들이 잡음으로 흔들거리고 있다. 최근 한 대형교회의 세습 논란은 교계 뿐 아니라 전 사회의 비난을 불러 일으켰으며, 한국교회 전체의 타격으로 이어졌다. 특색있는 교회로 관심을 받았던 모 대형교회 역시 세대교체의 번복을 둘러싼 내분으로 지금까지 치열한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한때 한국교회를 주름잡았던 수많은 대형교회들도 세대교체 과정에서의 다툼을 피할 수 없었다. 원로측과 후임측으로 나뉜 세력 싸움이 교인들 전체로 번지다 급기야 교회가 나뉘는 것은 다반사이며, 심지어 격해진 다툼이 칼부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로목사라는 존재가 언제부터인가 교회에 매우 부담스러운 존재가 됐다. 은퇴로 인해 교회에 직접적인 영향력은 없다고는 하나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후임자에게 충분한 부담이 될 수 있기에, 후임 목회자 입장에서는 교회와 되도록 거리를 뒀으면 하는 솔직한 바램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 대표 장로교회인 영락교회와 독립목회를 실현한 갈보리교회를 세운 박조준 원로 목사는 교회 분쟁을 피하기 위해 원로가 필히 결단을 내릴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목사는 일전에 교회에 있어 원로가 불편함을 주어서는 안된다. 원로는 후임이 마음껏 자신의 목회를 할 수 있도록 떠나주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으며, 박 목사 역시 실제 갈보리교회를 은퇴한 후 다음날 미국으로 떠나 10년 간 한 번도 교회에 돌아오지 않고, 교인들과의 연락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원로는 은퇴 이후 무조건 모든 걸 내려놓고, 교회의 평화를 위해 떠나야 하는 것일까? 물론 떠남으로 인해 교회가 평안할 수 있다면 그 역시 방법 일 것이다.

하지만 원로 역시 교회에 필요한 존재다. 해당 교회를 수십년 간 이끌어 온 원로의 지혜는 여전히 유용하며, 비록 담임목사와 같은 주도적인 역할은 아닐지라도 나름의 자기 역할을 분명히 가질 수 있다.

이는 원로에 대한 무조건 배제보다는 원로목회로서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이 세대교체를 대비해야 하는 교회들이 지향해야 할 현명한 대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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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원로목자교회의 수요예배 전경>


목사직 은퇴는 없다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침례교 사실상 한국교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교단들의 원로목사에 대한 규정을 살펴보면, 먼저 기본적으로 원로목사는 시무 교회에서 15~20년 이상 목회를 하다 은퇴한 목사 중에 추대됨을 알 수 있다.

원로목사란 제도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목회자의 노후 복지다. 현직 은퇴로 인한 생계 문제를 해결코자 교회가 원로목사로 추대해 담임목사 사례비의 60~70%를 매달 지급하는 예우가 주된 쟁점이다.

하지만 여기서 매우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은퇴의 정확한 의미다. 은퇴(원로)목사라는 것은 담임, 감독 등 교회 직무에 대한 은퇴를 의미하는 것이지 결코 목사로서의 은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목사는 한번 안수 받은 이상 은퇴가 없다. 목사직에 대한 은퇴가 없다는 것은 원로목사가 된 이후에도 충분히 목사로서의 목회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덧붙여 목회가 목사의 사명인 이상 은퇴(원로)한 이후에도 목회를 꾸준히 이어가야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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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세광 원로목사(좌), 이주태 장로(우)>


원로목사의 연륜과 지혜는 훌륭한 자산

원로목사는 일반적인 은퇴목사와 다르게 해당 교회에서 15~20년 이상 시무했던 자들 중에 추대된다. 즉 그 교회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이라는 뜻이며, 얼마든지 교회에 보탬이 될 수 있다.

12,000여명의 원로목회자들이 가입한 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재단(대표회장 이주태 장로)과 400여명의 원로목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기독교원로목사회(대표회장 문세광 목사) 역시 한국교회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서 원로목회활성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회 원로목회자들을 대표하는 두 단체를 이끌고 있는 문세광 목사와 이주태 장로는 원로목회에 대한 한국교회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특히 원로는 무조건 떠나는게 미덕이라고 여기는 관념에서 벗어나 교회를 수십년간 이끌었던 노하우를 교회와 성도를 위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문 목사는 원로목사는 그 누구보다 교회를 사랑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일부 한국교회 현실에서 후임자를 위하고,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무조건 원로목사를 밀어내려 하는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이미 많은 교회에서 원로목사들이 올바른 원로목회를 실현하며, 교회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로목사들에게는 평생을 쌓아온 노하우가 있다. 그 노하우를 교회와 공유할 수 있어야 하며, 다만 일정한 범주안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물론 원로목회가 결코 후임자의 담임목회를 침범해서는 안된다. 교회의 대표자는 어디까지나 담임이다. 혹여 원로목회를 빌미로 담임권, 혹은 대표권을 침범하려 한다면 이는 위에서 언급한 교회 분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원로목회를 올바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담임목회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 담임자의 목회 방향에 대립하거나, 방해가 돼서는 안되며, 어디까지나 지원목회로서의 한정된 선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교인들과 친밀히 교제하며, 교인들의 고민을 나누고, 교회의 표어와 구호 등 방향을 정하는 일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은 충분히 원로목회안에서 가능하며, 교회 역시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원로목사들이 매우 갈급해 하는 설교권도 일정 제공함으로 원로목사들이 은퇴 이후에도 교인들과 꾸준히 교감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로목사는 일반적인 은퇴목사와 다르게 해당교회에 대한 공로와 기여를 인정받은 자들이다. 그렇기에 개교회 차원에서 원로목사들에 설교와 교제 등 위와 같은 활동을 보장해줘야 함이 마땅하나, 이를 활발히 시행하는 교회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원로목자교회를 설립해 원로목회자들이 수요예배를 이끌고 있는 이주태 장로는 원로목사들의 목회에 대한 열정이 현역 때와 전혀 다를 바 없다면서 한국교회가 원로목회에 대한체계적인 시행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원로목사들의 목회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00세 시대를 맞이한 지금, 앞으로 원로목사들의 수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원로목사들이 건강히 목회를 할 수 있도록 교회 내외부적으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조용기 목사, 은퇴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

이미 한국교회에는 현역시절 활발한 활동을 보였던 목회자들이 원로가 되어서도 매우 다양하고 모범적인 목회를 펼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다. 세계 최대교회를 세운 장본인이자, 전 세계를 떠돌며 수많은 기적을 일으킨 한국교회의 대표 원로인 조용기 목사는 은퇴 이후의 원로목회로서 국내선교를 택했다.

이미 현역 시절 세계를 무대로 선교를 펼친 바 있는 조 목사는 은퇴 이후 영산조용기자선재단을 통해 국내의 저소득측,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어렵고 소외되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양한 도움을 펼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역시 조 목사의 원로목회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응원으로 조 목사의 사역을 응원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조용기 목사는 은퇴 이후에도 여전히 매주 주일예배에서 설교를 전하고 있으며, 각종 행사와 예배에서도 순서를 맡고 있다.

조용기 목사가 교회 내부에서 활발한 원로목회를 펼치고 있다면, 박조준 목사는 교회 외부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박 목사는 은퇴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그간의 풍부한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목회 연구 및 지도자 양성에 몰두하며 한국교회의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고민했다. 현재는 세계지도력개발원, 국제독립교회연합회 등을 이끌며, 전성기 못지 않은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은 현재, 많은 원로목회자들은 70세 은퇴 이후, 새로운 30년의 목회를 마주하게 됐다. 그렇기에 아직도 원로목사들은 한국교회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감당할 역량이 충분하다. 이제 원로목사들이 가지고 있는 연륜과 지혜, 노하우가 원로목회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꽃피울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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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목회자들의 제2의 사역 “‘원로목회’로 다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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