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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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짓장 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발만 나서면 사물의 본질에 다다를 수 있는데, 조금 더 나아가면 꿈을 이룰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을 때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 발은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이룩한 성과입니다.
<300>이라는 영화의 원작자이기도 한 세계적인 소설가 스티븐 프레스필드(Steven Pressfield)는 한때 백짓장을 넘지 못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는 청년 시절에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글 쓰는 재주가 있었던 그는 결혼하면서 아내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소설만 완성되면 좋은 집에 살며 좋은 차를 타고 잘 살게 될 거야.” 그는 꾸준히 글을 쓰며 작품이 완성될 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5년이 지나도 완성되지 못하였습니다. 그가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로 글쓰기에 계속 매달리자, 가능성 없는 그의 꿈에 지친 아내는 집을 떠났습니다. 아내가 떠난 그의 상황은 더욱 고달팠습니다. 가난으로 더 이상 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집에는 낡은 타자기 한 대와 봉고차, 고양이 한 마리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좋은 소설을 창작하고야 말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낡은 타자기 한 대와 고양이를 싣고 길을 떠났습니다. 소설을 완성하기 위한 장소를 찾으며 여섯 달 동안 길 위에서의 생활을 계속하다가 캘리포니아의 조그만 마을에 있는 레스토랑에 취직하여 웨이터로 일하였습니다. 그는 웨이터로 일하면서도 꾸준히 소설을 썼습니다. 그러나 그는 걸림돌이 하나 있었습니다. 소설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는 글의 마지막 장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그 걸림돌이 무엇인가를 연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소설가의 자질이 있는가를 자문해 보고 소설의 결말을 짓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소설을 완성하겠다는 욕망이 강할수록 이를 저지하려는 걸림돌도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그 걸림돌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그는 그 걸림돌 가운데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조감, 작품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등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그 걸림돌을 이겨냈을 때 그의 소설은 드디어 완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도 작가이기에 이와 같은 경험을 숱하게 겪었습니다. “글을 써서 돈이 나와, 밥이 나와?”, “글 써 가지고 돈 좀 벌어와 봐.”, “허무맹랑한 짓 하는 거 아니야?” 등등등. 남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잔소리를 수없이 들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지인들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쓸 수도 있잖아?” 하며 내가 내가 글 쓰겠다며 명퇴를 선택한 것에 우려를 표시한 이도 있었습니다. 날마다 사색을 하며 글쓰기에 매달렸지만, 뚜렷한 성과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대했던 책이 팔리지 않았고, 문예지에서 보내 주는 원고료도 신통치 않았습니다. 문예지 기획자들은 나의 책을 출판할 수 없다는 답신만 보내왔습니다.
나의 작가로서의 존재감도 위기에 처하였습니다. 책도 안 팔리는 무명 작가, 문단에서 알아 주지 않는 미미한 작가로 취급될 수도 있었습니다. ‘내가 꼭 이 길을 걸어야 되나?’ 하는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남들처럼 여행이나 다니며 편안히 지낼 수도 있었습니다. 그저 지인들 만나 가벼운 대화나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편히 지낼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35년을 별러 온 작가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새벽마다 일어나서 노트 위에 ‘내가 작가 맞아?’ 하는 질문을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나는 작가가 그 누구도 알아 주지 않는 고독과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직업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 혼자만이라도 ‘작가’라는 자부심이 없다면 나는 별 볼 일 없는 백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나는 이 길이 주님이 계획하신 일인가를 수없이 물어 보았습니다. 작심하며 다니엘 세이레 새벽 기도회에도 참석하였고, 주님께 작가로서의 진정성을 갖게 해 달라고 수없이 기도하였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작가로 인정해 주는 주님을 만나기를 고대하였습니다.
올해에도 봄이 왔고, 벚꽃과 진달래가 진 다음 영산홍이 피었습니다. 가끔은 까치가 나뭇가지 사이로 날았습니다. 겨우내 헐벗었던 나무에는 푸른 빛이 돌기 시작하였습니다.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미진도 하늘을 잔뜩 흐려 놓았습니다. 여전히 전동차는 철길 위를 지나갔고, 아파트 단지 앞에는 정해진 노선 버스가 지나갔습니다. 주일에는 교회에서 찬양을 드렸고 예배도 보았습니다. 같은 선교 회원들과 차를 마시며 일상에 관한 얘기도 주고받았습니다. 일상은 늘 똑같은 방식으로 하루를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변화가 한 가지 있었습니다. 그것은 주님이 나를 작가로 인정해 주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독자를 감동시키는 글을 쓸 것이고, 거기에 그분이 동행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나는 그분과 함께 독자를 감동시키는 글을 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함께 하시는 동안 나는 열심히 글을 쓸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분이 인정하는 온전한 작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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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의 행복론 -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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