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이 글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 504호(2018년 1월 10일자)에 실린 내용을 옮겨 실은 것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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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구도자 변찬린(邊燦麟·1934~ 1985)’의 생애와 사상을 추적한 책이 출판되었다. 성대 이호재 교수가 그의 삶을 20여년 간 추적하여 ‘한국종교사상가 한밝 변찬린’(도서출판 문사철 펴냄)이란 책명으로 독자에게 선을 보였다. 변찬린의 성경해석은 인류문명의 전환기에 출중한 사상임에도 그 사상을 기성 기독교계에서는 단순한 이단사상으로만 취급하고 있다며, 저자는 이에 대한 학문적 시각의 교정을 요구하기 위해 이 책을 낸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변찬린을, 한국을 종교혁명의 기지로 삼아, 인류역사의 새 문명을 만들어 보겠다는 영원의 구도자이자 종교사상가라는 측면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변찬린을 단순한 기독교 계통의 종교연구가로 자리매김하지 않는다. 세계 종교경전과 유불도(儒佛道) 사상을 모두 회통시킨 다음 초종교적 자리에서 독창적인 사유체계를 전개한 사상가로 보고 있다. 그가 주창하는 한밝사상은 성경의 부활사상과 동방의 신선사상을 인간이해 지평에서 융합시키고, 또 기독교 성경과 한국의 전통적인 종교문화를 온전히 화해시키고 있다. 그 둘의 접점은 바로 한국의 고유한 풍류도맥과 신선사상이다. 그것을 통하여 한국중심의 성경 해석을 펼치고 인류 미래 문명에 대처하려고 했다.
새로운 축의 시대는 시공우주와 영성우주가 서로 통하고 있는데, 깨달음을 가진 진화적 인간은 영성통로를 통해 신선이 되거나 부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성경의 중심 도맥을 선(仙)이라고 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기독교의 원효의 화쟁혼, 최치원의 풍류도, 퇴계와 율곡의 경(敬)사상, 수운과 증산의 개벽을 찾아 나서고 있다. 특히, 새 축의 시대에 한국은 참 사람의 나라가 되고 새문명의 발상지가 된다. 그것이 바로 변찬린이 주장하는 통일한국론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그의 한밝사상을 시공우주와 영성우주를 통합해서 순례하는 구도자의 사상이며, 새 문명의 발원지로서의 의미를 가지며, 그것을 통해 새 문명의 사유체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실존적 인간의 구도자적 정신 회복, 종교 간의 걸림 없는 대화, 사회변혁운동을 추구하는 기제로 작동될 수 있다며, 이를 곧 새 축 시대의 사유체계를 통섭하고 새로운 문명의 사유체계에 대한 대안적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필자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변찬린이 성경의 풍류 도맥을 기초로 한국적 기독교의 해석 틀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기독교계는 지금까지 대체로 3가지 방향에서 기독교의 토착화 내지 한국화 작업을 해왔다.
첫째는 성(誠)의 신학을 주창한 윤성범, 풍류신학을 제기한 유동식, 불교와 화합한 변선한과 같은 문회신학 또는 종교신학 그룹이다. 이들은 한국문화와 기독교의 만남과 화해를 추구하는 것이지만 결국 온전한 것이 아니다. 한국문화를 점령하고자 하는 정복주의적인 신앙형태를 가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둘째, 유형모, 김교신, 함석헌 등과 같은 주체적인 성경해석 그룹이다. 이들은 한국문화와 민족주의 바탕 위에서 기독교를 주체적으로 재해석하려고 한다. 말하자면 서구의 패권적인 기독교에서 벗어나 자주적 민족적 기독교를 만들어 보려는 것이다. 동양사상의 우주론에 입각한 유영모의 신학, 김교신의 조선산 기독교, 함석헌의 씨알의 역사 해석 등은 모두 한국의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서양의 기독교 신앙을 수용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한국적 기독교를 형성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셋째는 영통계시에 의한 기독교계 신종교 지도자 그룹이다. 1920년대 신령파들을 비롯해 통일교의 문선명, 전도관의 박태선, 용문산 기도원의 나운몽, 그들과 연관된 영통계시파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하나님의 혈맥을 중시하며 한국에서 재림주가 탄생하며, 한국이 새로운 세계문명의 중심이 된다는 민족적 선민의식을 밑에 깔고 있다. 이들은 근대 이후 한국 민족종교들과 공유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저자는 변찬린의 성경해석학은 서구 성경해석의 전통을 뛰어넘어, 유불도의 동아시아 전통에 기초하여 ‘성경을 성경으로 해석한다’는 일관된 원칙하에 이루어졌으며, 세계 신학계에 선보일 수 있는 보편적인 성경해석의 틀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성경해석 기준에 의하면, 서구신학은 서구 이원론적인 헬레니즘에 의해 훼손된 해석체계라고 비판할 수 있고, 또 토착화신학은 서구신학에 의해 형성된 복음의 씨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하지 않고, 한국의 종교문화 토양만을 연구한다고 혹평할 수 있다. 또 김백문, 박태선, 문선명, 나운몽 등과 같은 한국의 기독교계 종교인들이 보여준 영통계시적인 성경해석은 재림주 현상을 뒷받침하는 성경해석으로 간주한다. 이는 자기의 계시 내용만을 주장하는 보편성이 결여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필자는 변찬린의 성경해석학과 한밝사상를 ‘한국적 기독교’를 추구한 이들 모두의 문제의식을 함께 아우르는 종합된 신학사상으로 평가하고 싶다. 문화신학자들이 가졌던 기독교와 한국문화의 진정한 화해, 주체적 성경해석 그룹이 초종교적 자리에서 추구한 기독교의 주체적 수용, 영통 계시파들이 바라는 선(仙)을 바탕의 성경해석적인 통일한국론은 필자의 주장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신앙현장에서 변찬린은 미래 새 문명의 개벽을 위해 소규모(120명 단위)의 인격공동체로 구성되는 ‘새교회운동’을 지향한다. 새 교회는 건물성전이 아니라 자신의 인격성전이 되어야 하고 종교인은 종파중심의 직업 종교인이 아닌 각자 깨달음의 영성종교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창하였다. 이는 우리의 삶의 현장을 고려한 주체적 신학담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미래 인류의 생명과 문명을 고려한 생명신학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삶의 현장신학이고, 새로운 축의 시대를 대비하는 인류 미래신학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하고 싶다.

윤 승 용 박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종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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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축의 시대 ‘한국적 기독교’의 해석 틀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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