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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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라면 우산과 거짓말은 늘 지니고 다녀야지!”하는 처세훈을 듣게 된 것은 제대로 철들기 전부터였다. 집안 어른들 눈에 응석받이 외동아들의 앞날이 영 미덥쟎아 보였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렇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거짓말은 모를까 현실적으로 아이들이 지니기에 우산은 너무 값진 물건이었다.
처세훈이라기보다는 익살의 함량이 더 짙었을 어른들의 말씀을 나름대로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서였으니 어른들의 염려는 근거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는 말이 되는 것 같아 그 때 그 어른들  모습이 선하게 떠오르곤 하는 요즘이다.    
그런데 우산과 거짓말이 서로 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은 우연히 우산의 기원을 알게 되고나서부터다. 우리말로 우산은 비 우(雨)에 우산 산(傘)을 쓰고 있어 비를 피하기 위해서 쓰는 연장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고대 오리엔트나 이집트에서는 종교의식에서 사용하는 권력의 상징으로 쓰였다니 말이다.  
“영어 umbrella는 라틴어 움브라(umbra)”, “그리스어 옴브로스(ombros)에서 왔고 그 뜻은 그늘”, “고대 앗시리아의 수도 니네베가 출처”, “이집트에서 우산모양의 상형문자는 “주권”을 의미하는 문자와 같다“. 이 정도의 정보만으로도 능히 짐작할만하지 않는가.   
우산이 신적 상징에서 벗어나 그늘을 만들어 주는 편리한 도구가 된 것은 그리스와 로마시대에 이르러서였다. 그러나 로마 가톨릭이 미사에 우산을 사용하게 되자 적어도 르네상스 초기까지는 함부로 우산을 썼다가는 불경죄로 몰릴 수도 있었으리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
이후 포르투갈의 식민지 개척자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사용하면서 곧   프랑스와 영국등지로 퍼져간다. 카트리느 메디시스와 스코틀랜드의 메리여왕이 애용하게 되고.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우산은 없고 양산만 있었던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백제시대에는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는데, 백제의 성명왕(聖明王)이 일본으로 우산(일산)을 보내주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것과 같은 우산이 등장하는 것은 17세기라지만,   귀부인에게만 사용권이 제한되어 있었단다. 18세기가 되면서 식당이나 커피 점에 우산을 비치해두고 부인들이 가게를 나와 마차를 탈 때까지 사용할 수 있게 했다는 것. 그러나 혹 남자가 사용했다가는 웃음거리가 되었다니…이쯤 해두기로 하고.    
영국인들이 런던거리에서 우산을 쓴 신사를 목격하게 된 것은 18세기 중엽이나 되어서였다. 페르시아인 여행가 조나스 한웨이가 우산을 쓰고 런던거리를 활보하자 그 모습에 열광한 남성들이 앞 다투어 우산을 들고 나섰다지만, 당시만 해도 그 유명했던 영국신사의 우산은 스틱을 대신했을 뿐으로 신사들의 모자와 옷을 보호해주는 우산 본래의 구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했단다.   
제임스 스미스 앤 썬즈 회사가 런던에서 나무나 고래 뼈로 만든 뼈대에 기름 바른 캔버스로 만든 우산을 생산 판매한 것은 1830년이었고, 1852년에는 직조기 제조업자 사무엘 폭스가 철제우산을 생산하면서 우산은 급속하게 발전 보급한다.
우산 모양이 획기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접이식 우산이 나타나면서였다. 그러니까 남자가 거짓말만큼이나 쉽게 우산을 지닐 수 있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1920년대에 들어서서 독일인 엔지니어 한스 하우프트가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접이식 우산을 만들었지만, 신사보다는 숙녀들만의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는 데...
그렇다고 우산이나 파라솔이라 일컫는 부인용 양산은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집집마다 식구 수대로 갖추어 두기는 어려웠다. 아이들은 어른의 눈을 피해서 몰래 우산을 가지고 놀다가 꾸중을 듣기도 했다.   
이제 우산과 양산은 그 어느 시대보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소나기가 오면 가까운 편의점에서 싼 값의 우산을 구입하고, 비가 그치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휴지통에 버린다.  
  “우산이나 양산 고치세요!”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한참 되는 것 같다. 고칠 필요가 없어진 것은 우산만은 아니게 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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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과 양산 그리고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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