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원 주인으로부터 세를 얻은 농부들은 좋은 포도원을 자신들에게 세로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농사를 잘지어 약속한 정당한 세를 주인에게 낸 후에 자신들의 몫을 차지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만에 하나 그 해에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주인에게 낼 세가 사회통념상 너무 높아 불만이 있다면 주인에게 세를 감면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옳다. 그래도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포도원을 세로 얻어 농사를 지으면 된다. 그런데 정당하게 그 세를 받으러 간 종들을 죽이고, 아예 그 포도원을 빼앗으려고 그 아들까지 죽인 것은 사악한 범죄이다. 이 비유를 보면 자본가를 타도대상으로 삼아 적(敵)으로 규정한 20세기 공산주의자들이 떠오른다. 자신들이 갖지 못한 것은 자본가들이 많이 가졌기 때문이라고 여겨 자본가들의 것을 빼앗아 무산대중에게 나누어줘야 한다는 사상이 그것이다. 지금 우리사회 일부에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러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자본주의의 모든 혜택을 누리면서도 자본주의를 비난하고, 반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주장이 전혀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인류사에서 자본주의 이전에는 자본주의만큼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사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평등’과 ‘분배’를 통해 국가의 ‘복지’와 ‘정의’를 내세우지만, 실은 남들이 힘들게 이루어놓은 것을 함께 나눠 쓰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우리사회의 재벌이나 자본가들 중에는 ‘내 돈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반사회적 일탈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자들은 그 부(富)가 단지 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서 얻은 것이지, 사회로부터 자신에게 온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포도원을 만든 사람도, 재벌기업을 이룬 사람도, 모두 사회를 위해 자신의 돈을 투자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포도원 농부나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사람들같이 오히려 그들을 적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주님은 “그러면 포도원 주인이 올 때에 이 농부들을 어떻게 하겠느뇨”라고 묻는다. “저희가 말하되 이 악한 자들을 진멸하고 포도원은 제 때에 실과를 바칠 만한 다른 농부들에게 세로 줄지니이다”라고 했다. 청중의 이 대답이 그 시대 그 사회의 정의이다.
ⓒ 교회연합신문 & ecumenicalpress.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