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신분 상승에 대하여

안 재 찬

신촌역 가는 길
시끌벅적한 백화점 지하도에서
먼벽의 시간일 듯 등 돌려 누워 있는
노숙을 쳐다 본다
긴 머리가 돈이 되던 그때가 그리움으로 다가선다
장의자는 누구나 넘볼 수 없는
그만의 불가침 성역의 침실이다
별이 다섯 개 붙어 있는
서울역 대합실 투숙보다야 두어단계 아래지만
스스로 낮추어 선택한
신촌의 하룻밤 아닌가
일류와 삼류의 구분 그 결정은
순간이 좌우 한다
눈물을 통과한 땀 한 줄
동토에 아낌없이 뿌릴 수만 있다면
신분 상승의 길 먼 데 있는 건 아니다

로열 패밀리들은 그들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들였다고 한다. 신라 때에는 화려한 금동 신발을 만들어 사후에 그들의 무덤에 넣어서 귀족의 신분이 영원토록 이어질 것 이라고 생각 했던 것 같다. 어느 시대 든 어떤 生 이든 인간의 우쭐대고 싶어 하는 본능이 드러난다. 붙박이장과 같이 그들의 신분은 영속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성경 이사야에서는 모든 육체는 풀이고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과 같다고 비유되고 있다. 인간의 연약함과 유한함 앞에서 신분이란, 우스꽝스런 가면놀이에 불과하지 않을까, 시인은 그늘지고 소외된 곳에 발길을 멈춘 채 슬픈 패러독스로 시 全文을 장치하고 있다.
지하도 계단 아래에 노숙자, 그가 욕심없이 편안한 밤을 꿈 꾼다면 화려한 숙소에서 잠 못 이루는 자보다 훨씬 행복한 삶이 되고 있다고, 주체적 자아가 마음을 편히 내려 놓는 곳, 신분은 더러워지는 의복이 되고 곧 벗어던져야 하는 것인데....

1.jpg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경현수)신분 상승에 대하여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