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각종 직장선교회 등과 교류… 친목단체 넘어 선교공동체로 지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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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에서 ‘평신도’는 언제나 조연이었다. 철저히 목사가 중심된 한국교회에서 평신도의 역할은 늘 목사를 보좌하고, 목회활동을 지원하며, 일방적인 존경을 보내야 하는 군중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스스로 주인공을 자처하는 목사들이 이끈 한국교회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불과 100여년만에 교단은 300여 개로 분열됐고, 근래 이르러서는 분열된 교단을 하나로 모아 연합활동을 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던 연합단체들도 줄줄이 분열하기에 이르렀다. 이 모두를 목사들의 탓으로 떠넘길 수만은 없지만, 한국교회 역사가 철저히 목사들 중심으로 써내려왔고, 분열도 통합도 모두 그들이 결정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 평신도운동의 회복을 통해 한국교회의 분열을 치유하자는 목소리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한국교회가 목사들에 의해 숱한 분열을 하던 와중에서도 그 뒤에서 여전히 연합과 일치를 끊임없이 펼치는 평신도운동이 한국교회 대통합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니 적어도 교계에 평신도의 역할이 충분히 존재하고, 이를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넋놓고 교계 분열을 바라봐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런 맥락에 최근 평신도운동에 대한 매우 의미있는 좌담회가 열려 관심이 요구된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평신도단체인 한국교회평신도단체협의회(대표회장 김우제 장로/ 이하 평단협)와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대표회장 강무영 장로/ 이하 평지협)의 두 대표와 현재까지 교계에서 평신도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대표적 평신도 인사인 김형원 장로(평지협 전 대표회장), 김우신 장로(한국찬송가공회 전 총무) 등이 한 자리에 모여 평신도운동의 어제와 오늘, 현실과 대안에 대해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6월 4일 서울 연지동 본보 사무실에서 열린 이번 좌담회는 강춘오 목사(본보 발행인)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강춘오 목사: 오늘 우리가 좌담회에 앞서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평신도라는 용어에 대한 정의다. 사실 개신교에는 평신도라는 말이 없었다. 평신도는 가톨릭교회가 만든 용어로, 가톨릭에서는 사제를 제외한 모든 신도를 평신도로 정의했다. 우리 개신교에 평신도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다. 헨드릭 크레머라는 가톨릭 출신 신학자가 평신도 신학이란 책을 펴냈고, 이것이 WCC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교회에서 평신도에 대해 조금 터부시하는 면이 있다. 한국교회가 목사 외에 모두를 평신도로 부르고 있지만, 엄밀히 장로, 집사, 권사 등은 교회의 중직자다. 하지만 이들 모두를 평신도의 범주에 넣고, 목사와 구분하다 보니 오늘날의 편견이 생겨난 것이다.
김우신 장로: 평신도라는 용어에 대해 사실 한국교회도 많은 거부감이 있었다. 내가 속한 예장통합측에 존재하는 남선교회전국연합회의 원래 명칭은 평신도전국연합회였다. 그런데 ‘평신도’라는 용어에 대해 당시 상당히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남선교회라는 명칭이 생겨난 것이다. 이는 중직을 가진 장로, 집사들이 “왜 자신들을 평신도로 불려야 하느냐”라는 문제 제기로, 평신도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자는 일종의 결단이었다.
강 목사: 한국교회 내에서 평신도라는 용어에 대한 정리는 다시금 필요해 보인다. 오늘 좌담회에서 중요한 것은 평신도운동이다. 두 대표님들께서 단체의 역사와 지향점에 대해 말해 달라.
김우제 장로: 우리 평단협은 각 교단의 전국남전도회나 장로회연합회 대표들이 참여하는 단체다. 처음에는 5개 교단으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34개 교단으로 늘었다. 과거에 비해 회원 숫자가 늘어 큰 성장을 이뤘다고도 볼 수 있지만, 교단 분열로 교단 숫자가 늘어난 측면도 있기에 어느 정도 감안이 필요하다.
강무영 장로: 평지협은 1988년에 창립됐다. 평신도들의 개인구원운동을 통한 역사를 도모하고,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이뤄가자는 취지로 창립됐다. 위에서도 지적됐지만, 평신도운동이 축소된 데에는 한국교회가 점차 목사위주로 재편되며, 평신도의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국교회는 목사는 이끌고, 장로는 따라가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그리고 그것을 미덕이라 생각하며, 교회는 물론이고 교계를 주도하려 한다. 문제는 혹여 그 목사의 생각이 잘못됐을 시 전체 교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평신도도 공부를 해야 한다. 체계적인 성경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평신도운동도 전개할 수 있다.
김형원 장로: 평신도운동이 약화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 80년대까지 평신도들은 사회의 경건, 절제 운동, 과소비추방운동 등을 이끌었으며, 교계 내에서도 연합과 일치운동을 주창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과연 평신도단체가 아직 남아있느냐 할 정도로 활동이 약화됐다. 평신도 입장에서 분명한 역할이 있을진대 이것을 제대로 감당치 못하고 있다.
강 목사: 그렇다. 80~90년대의 평신도단체 활동은 실로 대단했다. 대사회적 문제가 있을 때마다 가장 앞장서 교계의 목소리를 내고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 평신도단체였다. 이는 목회자단체와 그들의 목소리와 구분되는 평신도 고유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오늘날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가? 오늘날 세계교회는 평신도가 최소 30~50%는 참여토록 제도화가 되어 있지만 막상 한국교회에서는 평신도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게 사실이다.
김형원 장로: 교계에 평신도가 나설 자리가 없다. 한기총, 한기연 등 연합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들을 보면 전부 목사 중심이다. 그 곳에 평신도는 없고, 가끔 구색으로 한 두명 끼울 뿐이다. 이를 놓고 한기총에 항의한 적도 있다. 평신도가 배제된 행사에 한국교회 이름을 붙이지 말라고 말했다. 이것은 평신도 위상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김우제 장로: 한국교회가 부흥하던 80년대에는 탁월한 평신도 지도자들도 많이 나왔다. 그런데 교회가 물량화가 되면서 목사님들 사이에 평신도들이 똑똑하면 안되겠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평신도들이 나가서 연합활동을 하고, 교계를 주도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성도들이 와서 헌금 드리고, 그저 남아서 교제하는 정도를 평신도의 문화로 굳어졌다. 문제는 통제된 평신도의 생활이 결국 신앙적 나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더 이상 교회에 나올 때 성경책을 반드시 챙기려 하지 않는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강 목사: 그것이 한국교회의 폐단인 우민정책이다. 목사들이 철저히 잘못한 것이다. 교계가 제대로 평신도운동을 일으키려면 목사들 의식구조부터 개혁해야 한다.
김우제 장로: 여기에 교회에서도 오직 목사만 중심이 되다보니, 목사들의 활동은 교회의 활동으로 보지만, 평신도의 활동은 개별활동으로 치부한다. 당장 목사들이 연합활동에 참여할 때 재정을 지원하지만, 평신도들의 활동에는 어떠한 재정도 지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적인 부분이 평신도운동이 자연스레 쇠퇴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
강 목사: 이럴 때 일수록 평신도의 신학적 무장이 필요해 보인다. 체계적인 성경공부가 이뤄져야 하고, 분열한 교계 연합단체들의 통합에도 평신도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겠나?
강무영 장로: 이미 우리 단체에서 바이블아카데미를 하고 있다. 범교단적으로 훌륭한 목사님들이 성경 66권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으며, 이를 영상을 통해 배포되고 있다. 30분 1타임으로 일주일에 한번 모여 총 2시간동안 4타임을 공부한다. 성경공부를 하면서 정말 많은 변화가 생긴다.  
김우신 장로: 사실 평신도들이 성경과 말씀을 공부하고자 하는 간절한 열정이 회복되어야 한다. 현재 상태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이 늘어나야 할 것인데, 이 마저도 줄고 있는게 현실이다. 초창기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로 출발했던 평신도운동의 핵심은 역시 성경이였다. 성경에 대한 열의를 회복하지 않는 한 평신도운동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강무영 장로: 이제 평신도들의 목소리가 나올 때도 됐다. 그만큼 한국교회가 심각하다. 얼마 전에 교계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목사님들이 교계를 분열시키며 온갖 경비를 소모하는데, 그 돈이 다 평신도의 주머니에서 나온 눈물어린 헌금이란 것을 아냐고 물었다. 헌금은 하나님께 드린 예물이다. 목사들이 이를 함부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김형원 장로: 냉정한 말이지만 한국교회 분열은 철저히 목사들의 책임이다. 한국교회가 분열되는데 평신도가 앞장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김우재 장로: 목사들에 의해 분열이 이뤄지지만 그 책임이 우리 장로들에게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교계와 교단이 분열할 때 장로들은 방관을 하지 않았나? 영향력이 없다 할 수 있지만, 평신도 지도자로서 영향력이 미진한 것 또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부분이다.
김형원 장로: 지난 1948년 감리교 분열 당시 문창모 장로, 박현숙 장로가 나서서 교단 분열을 막았다. 우리 평신도에게 주어진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 것은 평신도의 연약함이다. 이미 평신도들은 하나가 되어 있다. 그렇기에 더욱 행동할 필요가 있다.
김우제 장로: 합동, 통합, 고신 등 주요 장로교단의 평신도들은 교단 분열이나 교계 분열과 관계없이 꾸준한 협력과 교류를 진행해 오고 있다. 얼마 전 독도 수련회도 다녀왔다. 이뿐 아니라 예성, 기성의 장로들도 성결교가 분열한 뒤에도 계속적으로 함께하고 있다. 평신도들은 이미 교단분열을 뛰어넘어 계속적인 교류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김우신 장로: 한국교회가 하나님 중심의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의 교회는 전부 개인주의이다. 어디를 가든 누가 대표를 할 것인지만 관심을 갖는다. 하나님 중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강 목사: 결국 성경을 바로 알면 깨달을 수 있다. 지금 한국교회는 과도기다. 하지만 평신도가 이미 하나가 되어있다는 것은 매우 큰 희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신도운동이 좀 더 힘을 내야 한다. 흩어져 있는 교계의 연합과 일치를 도모해야 한다. 그리하여 평신도운동이 친목단체를 넘어 선교공동체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김우제 장로: 과거 활발했던 활동이 지금은 형식적으로 바뀐지 오래다. 이제 변화와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시 한 번 평신도들이 80~90년대와 같은 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적극적 활동을 해야 할 것이라는 결의가 생긴다.
강무영 장로: 바이블아카데미가 전국 평신도들에 퍼져 나가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또한 평신도단체의 활동과 동정을 적극 언론들에 어필할 생각이다. 지금 언론들에 보도되는 기사의 90% 이상은 목사들의 일이다. 이제 평신도단체들이 더 적극 나서겠다. 언론에서도 평신도들의 선한 사역이나 일들에 관심을 갖고 보도해 달라.
김형원 장로: 한국교회의 선교트렌드도 변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해외선교에 퍼붓는 엄청난 돈의 일부를 언론, 문화, 예술 등의 영역에 지원해야 한다. 평신도운동 역시 선교차원에서 지원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평신도운동의 부흥은 쉽지 않다.
강 목사: 한국교회가 1200만 성도를 자축하고 있지만, 이는 반대로 아직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3800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들이 우리의 선교를 기다리고 있다. 각종 직장선교회와도 교류하며, 40~50대의 젊은 장로들을 평신도운동에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 평신도운동이 좀 더 젊고, 역동성 있게 퍼져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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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회 : 한국교회 평신도운동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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