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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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동물원에 가서 사자를 보면 뭉툭 솟아오른 바위나 야트막한 언덕 위에 드러누워 일광욕과 함께 밀린 잠을 보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태평하게 누워 있는 사자들을 자세히 보면 틈틈이 졸린듯한 눈으로 사방 주변을 잠깐씩 응시한다. 한 두 마리가 아니라 모두가 다 규칙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사자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나중에 사냥할 먹잇감이 어디에 있는지 미리미리 틈틈이 살펴두기 위함이라고 동물학자들은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사자라고 하면 백발백중 쫓아가기만 하면 뭐든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 하지만 아니다. 수천만 년 동안 도망치는 것으로 살아온 초식동물들은 예민한 경계심과 뛰어난 달리기 실력으로, 그것도 안되면 무리의 힘으로 생존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자들의 수명은 열 번 쫓으면 두 세 번 성공한다고 한다. 이처럼 사냥 성공률이 낮기 때문에 생존을 잘해야 30% 밖에 안된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명색이 초원의 제왕임에도 살아남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먹음직한 먹잇감이 눈앞에 있어도 그 먹잇감을 쫓을 만한 능력이 안되면 추격은 헛수고로 끝나고, 헛수고가 계속되면 남아 있던 힘마저 소진되어 눈앞에 있는 먹잇감을 보고도 쫓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자들은 초식동물 한 마리를 잡기 위해 7-8시간 동안 숲속에 숨어 미행 하거나 낮은 포복으로 더 가깝게 끈질기게 접근한다. 자신의 달리기 실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안다는 것이다. 만일 의욕만 앞세우면 주제넘게 나서기 쉽고 섣불리 덤비다가 낭패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실로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여기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나를 아는 것과 나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과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델포이 신전 입구 돌기둥에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철인 소크라테스는 이 말을 실천하므로 인구 35만 명이 사는 아테네의 현인이 되었고 자주 인용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을 아는가? 이렇게 질문하면 사람들은 대게 안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나를 아는 것 같지만 나를 모를 때가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수할 때가 많지 않았던가? 솔직히 말해 필자는 목회를 은퇴한 후 과거를 회고해 보면 나를 모르고 아는 것처럼 주제 넘게 살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인지 그렇게도 소원했던 익은 열매가 적은 것 같아 부끄럽기만 하다. 그렇다면 나쁜 일일까?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위, 명예, 권력, 재물을 다 소유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필자처럼 자신을 모르고 주제넘게 사는 이들이 많고, 그 결과 불행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왜, 나라가 소란한가? 왜 교회가 분쟁하고 빛을 잃고 날로 날로 세속화가 되고 있는가? 목회자들이나, 정치인들이나, 법조인들이나, 경제인들이나, 그리고 각계의 지도자들이 자신을 알지 못한 무지한 소치가 아닐까 싶다.
한 대기업에 입사해 CEO까지 오른 분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다들 세상이 무섭다고 하고 나도 그렇게 알았는데 한 조직을 이끌고 가는 자리에 서고 보니 사실 가장 두렵고 무서운 게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만하고 느낄 때가 있어요. 또 어느 순간에는 너무 힘들어 ‘에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면서 슬며시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넘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지는데도 그렇습니다. 지금도 그래요” 그는 또 “임원 때까지는 나를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 이었어요. 아침마다 눈을 뜨면 항상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에 서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양 창순 박사도 말했다.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분명한 자기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왜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자기 인식이 부족하다면 일단 발걸음을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나는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정상에 오르려 하는지, 혹은 내가 놓치고 미쳐보지 못한 풍경은 없는지, 꼭 함께했어야 함에도 뒤고 두고 온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야 정상에 올랐을 때 아쉬움 없이 마음껏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앞으로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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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왕 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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