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이런 사랑이면 좋겠다

배 상 호

사랑이 좀 무거웠으면 좋겠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파도가 요동쳐도 움직이지 않는
천 년 요새 같은 사랑이면 좋겠다

사랑이 좀 순수하고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앞뒤로 막혀 헤어나지 못하고
어둠에 물들어 방황하고 있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가
자유롭게 속삭일 수 있는
부담 없는 사랑이면 좋겠다

사랑이 좀 쉬웠으면 좋겠다
빈부도 귀천도 따지지 않고
뜨거운 마음과 진실한 믿음 하나로
조건 없이 통할 수 있는 사랑이면 좋겠다

사랑이 좀 어수룩했으면 좋겠다
알아도 모르는 척하고
미워도 내심, 안으로 삭이면서
좀처럼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참을성 있는 사랑이면 더욱 좋겠다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한다. 통념적, 사람과 사람의 사랑은 복잡하고 미묘한 역학 관계로 얽혀있다. 흔히 아가페적사랑, 필리아적사랑, 애로스의 사랑을 운운하게 되지만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아가페 사랑은 그 가치를 최상으로 꼽고 있다.
사랑이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가 아닐까, 어떻게 관계를 구성하느냐가 존재의 궤적이 되지 않을까, 소년과 같이 순연한 시인의 심상이 현학적이지 않고 수수하면서도 요란하지 않은 질박한 사랑을 담담하게 형상화 시켜놓았다,
좀 무거웠으면 / 순수 했으면 / 사랑이 좀 쉬웠으면 /조건이 없었으면 /사랑이 좀 어수룩했으면 /드러내지 않았으면 / 참을성 있는 사랑을 , 원하고 있지만 어디 그리 쉬울까- 잔잔한 강의 흐름처럼 깊은 강은 소리내지 않고 흘러가듯 모두 강물 같이 유속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흘러 두물머리 강줄기 合一 되듯 우리들 사랑도 그렇듯 이어가면 어찌 않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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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이런 사랑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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