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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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한 해의 끝 달이다.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한 한 해가 속절없이 끝나는 것이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세밑이 되면 한해를 돌아본다. 그러면서 자문해 본다. 과연 대한민국의 교회는 안녕할까? 그래서 “안녕하세요? 대한민국교회”라고 물어본다. 작년 종교개혁 5백주년을 맞이하면서 너도나도 개혁의 목소리를 드높였건만, 불과 1년이 지나지도 않아 교회들은 잠잠하다. 묵묵하다. 달라졌다는 말도 없고, 새로워졌다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극히 일부의 교회들을 빼 놓고는 잘 된다(?)는 교회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그래서 기독교 최대의 축일인 성탄절이 오건만, 이 땅의 교회들은 고요하다. 아니 숨을 죽이고 있다. 이게 오늘의 대한민국 교회의 현실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개혁을 외쳤다. ‘이대로는 안된다’ ‘교회가 새로워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수많은 기도집회와 세미나와 각종 행사들을 통하여 나름대로 개혁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지만, 작금의 현실은 참담하다. 교회와 교회, 교단과 교단 간의 골은 더 깊어졌다. 목회자들의 도덕적 일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세간의 말거리가 되었고, 일부 대형교회의 교회세습이 언론과 매스컴의 핫 이슈가 되었다. 소위 ‘무슬림의 확산’과 ‘성소수자’ 문제가 개신교 안에서 ‘교리 논쟁’으로 비화되면서, 타 교단을 이단으로 정죄히는 무리수를 두는 일도 발생하였다.
어떤 목회자들은 자기의 정치적 신념을 종교적 신앙으로 포장하여 기꺼이 ‘태극기 부대’의 기수가 되거나, 태극기 집회에 뭇 성도들을 동원하여 열을 올렸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의 눈에 ‘태극기 부대=개신교’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기도 하였다. 무슬림 문제만 해도 그렇다. IS의 확산이 온 세계의 골칫거리가 될 때, 일부 교회지도자들이 ‘IS=무슬림’이라는 등식으로 성도들을 ‘십자가 운동’의 용사로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타 종교에 대한 지극히 얄팍한 지식과 종교적 편견으로 우를 범하면서도 진리를 수호한다고 신념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의 연합운동은 어떤가?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 교회가 ‘연합과 일치’를 외친지가 그 몇 해가 되었던가? 어렴풋이 따져보아도 새천년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그랬다. ‘교회가 하나가 되어야한다’는 소리를 한결같이 말했다. ‘천주교는 하나의 공교회이기 때문에 힘이 있는데, 개신교회는 사분오열되어 힘이 없다’고 그 당위성을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면서 연합기구를 만드는 일에 열중하였는데, 오히려 수많은 연합단체들이 합종연횡을 거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게 되었다. 참으로 희한하게도, 교회가 연합과 일치의 중요성을 말하면 말할수록 더 많은 연합기구들이 생기고, 더 여러 갈래로 나뉘어지게 되었다. 이제 교회연합기구들이 하도 많아 왠만한 목사들은 그 수와 이름도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교회지도자라고 자청하는 사람들은 연합해야 한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의 내부적 현실은 어떠한가? 한때 성공한 목회자로 존경과 추앙을 받았던 일부 대형교회의 유명목사들이 더 이상 일반 목회자들에게 ‘성공의 롤 모델’이 되지 않으며, 일반 성도들에게는 엄청난 실망을 안겨 주면서 교회가 영적 권위를 상실하게 되었다. 뿐만아니라, 교회 안에는 여전히 ‘기복신앙’의 물결이 도도하다. ‘형통’과 ‘번영’의 신앙은 한물가지 않고,지금도 교회 안에서 위력을 발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사람들은 ‘교회란 원래 그런 곳인가 보다’라고 인식하게끔 되었다. 그러다보니 ‘고난’과 ‘십자가’ 신앙을 사람들은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 성공과 번영을 추구하는 세상의 물결에 교회도 편승하여 버린 것이다.
1980년대 암울했던 시절에 쓴 정호승 시인의 ‘서울의 예수’라는 제목의 시가 생각난다. 그 시의 일부를 읊어본다. ‘나를 섬기는 자는 슬프고, 나를 슬퍼하는 자는 슬프다. 나를 위하여 기뻐하는 자는 슬프고, 나를 위하여 슬퍼하는 자는 더욱 슬프다. 나는 내 이웃을 위하여 괴로워하지 않았고, 가난한 자의 별들을 바라보지 않았나니, 내 이름을 간절히 부르는 자들은 불행하고, 내 이름을 간절히 사랑하는 자들은 더욱 불행하다.’ 이 시는 왠지 오늘 이 시대의 교회를 향하신 그리스도의 마음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든다. 수십년이 지나도 교회가 변하지 않았다. 교회가 새로워지지 않았다. 교회가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교회는 꿈쩍도 않고 있다. 그래서 오늘의 교회를 보면서 ‘예수의 슬픔’을 본다. 제발 새해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회가 ‘예수의 슬픔’이 되지 않고 ‘예수의 기쁨’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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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교회/강 경 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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