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행복론 - 107
2019/06/20 11:1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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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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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에는 백악(白岳)의 줄기가 뻗어나와 산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곳이 있다. 그 봉우리의 분지에는 K대학과 D외국어고등학교가 자리잡았고, 그곳 능선의 한 끝에 슬레트 지붕을 한 양옥 한 채가 올망졸망한 집들 사이에서 조금 높이 솟아 있었다. 그 집은 삼십여 미터쯤 되는 긴 골목길의 막다른 곳에 있었다. 어머니는 아침에 그가 출근할 때마다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여인처럼 기도하였다.
‘주여! 우리 아들이 가파른 골목길을 내려가다가 팔이 부러지지 않게 하여 주소서. 직장 생활이 힘들지 않게 하소서. 그리고 청춘의 팔팔한 힘이 오래도록 유지되게 하소서.…’
이러한 기도는 어느 해 겨울에 그가 빙판길에 넘어져 팔이 부러진 이후 생긴 어머니의 습관이었다. 가끔 그는 어머니의 기도가 자신의 등에 꽂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골목 끝에서 잠깐 뒤를 돌아보았을 때, 어머니는 그때까지도 눈을 감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능선 위에서 비치는 햇살이 가림막처럼 어머니의 등 뒤에 비쳐졌다. 젊을 적에는 어머니의 기도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잘 알지 못하였다. 그저 자식을 위해 관행적으로 하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어머니의 아침 기도는 15년 동안 이어졌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남과 동시에 그 기도도 중단되었다. 장례식을 치른 지 6개월 후 아버지가 그의 집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에게 ‘어머니의 유산’이라며 상자 하나를 내려놓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두터운 성경책과 함께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어머니가 승용차 앞에서 방긋이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머니. 이건 위급할 때에 대비해서 제가 어머니께 사 드리는 것입니다.”
은사인 성봉 선생의 장례식장을 다녀와서 그가 행동에 옮긴 것이 바로 승용차 구입이었다. 그것은 성봉 선생이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졌을 때 차가 없어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사연을 접한 후, 그가 곧바로 실천한 행동이었다. 어머니는 그의 효심에 감동을 받은 모양이었다. 어느 날 아침부터 골목길에 세워 놓은 그의 승용차가 산뜻하게 세차되어 있었다. 처음에 그는 그것을 세차비를 받으려는 사람들의 서비스일 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새벽마다 어머니는 수대에 물을 담아 다리를 절룩거리며 삼십여 미터의 골목길을 걸어나가 아들의 승용차를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아놓았다. 그는 그런 어머니를 극구 말렸다. 노인을 부려먹는다는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질도 두려웠지만, 중풍을 맞아 몇 번이나 쓰러진 어머니의 건강이 걱정되어서였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방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오히려 병이 될 수도 있어.”
그는 그런 어머니의 고집을 꺾지 못하였다.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영하 17도의 날씨에도 어머니는 세차를 하였다. 그러나 세찬 바람이 차를 꽁꽁 얼게 하였다. 어머니는 더운 물로 그걸 녹이느라 십여 차례 골목길을 오갔으나, 아들의 출근 시간이 되어도 꽁꽁 언 성에는 더욱 두터워질 뿐이었다. 그 때문에 그 날 아들은 직장에 지참을 하고 말았다. 그 후로 어머니는 세차 행위를 그만두었지만,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곳곳에서 감지되었다. 어머니의 반찬을 준비하는 손길이 더욱 진중하여졌으며, 아침 기도에는 온기가 흘러나왔고, 아들의 구두가 광채가 날 정도로 닦여져 있었다. 어머니의 사랑은 그가 결혼한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어머니는 그의 자녀들을 정성껏 돌보아 주었고, 어머니의 온아한 품성은 손자들에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찬바람이 세게 불던 날 어머니의 삶도 끝이 났다. 그러나 어머니의 기도와 사랑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딸이 결혼해서 출산하였을 때, 그는 미국에 있는 딸네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딸아이와 외손자의 건강을 위해 그는 기도하고 열심히 집안 일을 도왔다. 청소와 빨래와 설거지를 하여도 그는 이루 형언할 수 없이 기뻤다.
“아빠. 그렇게 쉬임없이 일하면 힘들지 않아?”
“아니야. 내가 네 할머니한테 받은 은덕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사실 예순을 넘긴 나이에 가사 노동을 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는 어느 이름 모를 곳에서 샘솟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에게서 전해진 힘이었다.
유대인의 『탈무드』를 보면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내 대신 내 어미를 네게 보냈노라. 내게는 등이 없어서 너를 업어 줄 내 어미를 네게 보냈노라. 내게는 손이 없어서 너를 붙들어 주고 어루만져 줄 내 어미를 네 곁에 보냈노라. 나는 너를 품어 줄 가슴이 없어서 어린 너를 품어줄 어미를 네 곁에 보냈으며, 내게는 젖이 없어서 생명의 젖줄을 너에게 보냈노라.”
이 구절을 읽으면서, 그는 자신이 체감한 어머니의 사랑과 기도가 주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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