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현수)축 도(祝禱)
2019/08/01 10:3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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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도(祝禱)

                   전 봉 건

말끔히 문풍지를 떼어 버렸습니다.

언덕 위에 태양을
거리낌 없이 번쩍이게 하십시오

풋색씨의 젖꼭지처럼 부풀은
새싹을 만지게 하십시오

어느 나뭇가지 우묵한 구멍에서 꾸불거리며
나오는 새파란 벌레를 보게 하십시오.

그리고 이제 사람들에게 꽃병을  하나씩
마련할 것을 명하십시오

나는 흙으로
빚어 만드오리다

그리고 파아란 바람을 보내시어
그 속에 꽃들을 서광처럼 솟아오르게 하시어

쌍바라지도 들창도 유리창도
집마다 거리마다

모두
맑은 미소같이 풀리게 하십시오

오 ! 수없는 나비와 꿀벌의 날게를
이제 온 주위에서 서슴치 말고 퍼십시오

꽃향 무르녹는 나무 사이에
펄럭펄럭

승리의 깃발처럼  치마폭
휘날리시어

종다리처럼 나의 푸름을
오 ! 소스라쳐 오르게 하십시오

신서정파의 기수로 알려진 전봉건 시인은 1928년에 태어난 시인이다. 신서정파 의 기수로 알려진 그는 “시를 쓰기 직전의 시인의 상태는 진공 속의 돌맹이와 같다. 돌맹이는 나뭇잎의 섹깔과 냄새가 잔잔하게, 혹은 파도처럼 출렁이는 공기 속에서 비로소 눈을 뜨고 호흡한다” 라고 고백했다. 김영랑의 추천을 받은 “축도”는 많은 독자들의 눈길을 모았다.
모더니즘적 특성과 관능성은 생명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읽게 된다. ‘풋색씨의 젖꼭지처럼 부풀은 새 싹을 만지게 하십시오’ 직설적  화법이 긴장감과 생명의 경외감을 불러 준다.
꾸불거리며 나오는 새파란 벌레는 얼마나 위대한 창조의 섭리인가? 모든 자연과 생명체는 창조주께서 주시는 축복이다. 시 전문(全文)을 관통하는 이미지와 의미에는 모든 피조물이 화창(和暢)하는 노래가 푸르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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