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현수)대봉감
2019/09/06 16:2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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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감

최 영 욱

지난 여름의 무더위가 키웠을까
지리산 푸른 바람이 달았을까
저리도 붉고 달게 매달려
지리산 푸른 달빛이
개치나루로 하동포구로 흘러드는
길을 밝히는
가로등이었다가
악양골 인심 좋은 농부들 웃음이었다가
허공을 두리번거리는
까치들 밥이었다가
이 가을을 내 손 안에 통째로 얹히고 마는

아직 달이 뜨지않은 악양골 어느 누마루에서
보았네 온 골을 밝히는 저 따뜻한 호롱불들.

열대아라고, 대지는 계절의 적군이 되어버린 여름, 속수무책이 되고 있었다. 폭염이 땅을 점령하고 시뻘건 깃발을 꽂아두더니, 역시 전쟁은 믿을 만하지 못한 것 인 듯, 문 밖의 선들바람이 휘파람 소리를 내고 있다. 아- 가을이네! 라고 외쳐도 보고 싶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주여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라고 고백한 가을날의 시에서 그 위대한 여름은 포도송이를 더 달콤하게 하고 온갖 과실열매를 거두게 하고 있다.
남녘의 하동 땅에 가을은, 섬진강의 은비늘 물살과 지리산의 푸른 바람과 악양골의 햇살이 만들어 낸 붉은 대봉감이다. 개치나루로 하동포구로 흘러드는 달빛의 길을 밝히는 가로등이 되기도 하고, 달이 뜨지 않은 까만 밤에는 악양골을 밝히는 붉은 호롱불을 켜고 있는 것을... 하동의 시인 최영욱은 보았다.
아무도, 하동 땅 섬진강의 가을날을 가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푸른 달빛이 개치나루로 하동포구로 흘러드는 그믐밤의 호롱불이 된다. 찬 서리 내린 어느날 까치밥으로 다시 환생하는 저 붉고 달콤한 대봉감이... 서걱대는 시인의 손 안에 잘 익은 가을을 통째로 얹어두고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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