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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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월요일 저녁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단독후보가 되어서 무투표로 당선이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 성도들이 수많은 꽃다발을 준비하여 가져왔지만 저는 꽃다발을 받는 것조차도 쑥스럽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어 꽃다발을 다른 분들에게 드리도록 했습니다. 저녁 늦게야 숙소로 돌아와 다음날 아침 일정 때문에 수면유도제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머리가 몽롱하기만하지 바로 잠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 날 있었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나는 지금 과연 행복한가. 행복하다면 무엇 때문에 행복한가. 주님 때문에 행복한가, 아니면 부총회장에 당선이 되어서 기쁜가. 아니, 내가 부총회장 자리에 집착해 온 것은 아닌가. 나의 행동의 원과 영향력의 지경으로 볼 때는 어쩌면 작은 자리일 수도 있는데...”

 

몽롱한 상태에서 호텔 앞에서 보았던 많은 내국인과 외국인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다들 바쁘고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바삐 살아가는가. 그리고 지금은 호텔에서 잠들어 있을까. 아님 나처럼 상념에 잠겨 있을까?” 불 꺼진 방 몽롱한 상태에서 상념에 잠기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부터 완전히 강행군이었습니다. 저는 총회에 20년 넘게 참석을 해 왔지만 한 번도 개근 해 본 적이 없거든요. 오직 목회밖에 몰랐기 때문에 총회 중에도 교회에 무슨 일이 있거나, 특별 심방이 있으면 바로 달려왔습니다. 또 어떤 때는 몸이 너무 좋지 않아 병원 검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도저히 좀이 쑤셔서 끝까지 못 앉아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꼼짝 없이 부총회장석에 앉아있어야 했습니다. 천 수백 명이 저를 지켜보고 있고, 제가 땡땡이를 치지는 않나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얼마나 불편했는지 모릅니다. 그것도 편한 의자가 아니라 딱딱한 의자였기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남 앞에서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목요일 저녁까지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한 것입니다. 실제로 수요일 오전에는 얼굴이 붓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자리에 앉아서 쭉 보니까 우리 총회가 너무 이너서클화된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떻게든지 반기독교 세력을 대응하고 차단하며 한국교회를 세울 것인가 하는 미래적이고 발전적인 내용보다는 내부의 기득권이나 주도권 경쟁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물론 총회니까 내부 살림을 잘하고 내적인 교통질서를 정리해야죠. 그러나 너무 이너서클화 되어 있고 우리만의 카르텔을 세우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앞자리에 앉아서 생각했습니다. “내년 총회는 너무 이슈화 되고 논쟁하는 부분을 피하고 총대들의 의식을 전환하면서 어떻게든지 총회를 세우고 한국교회를 세우는 정책적인 총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되겠다그런데도 제가 끝까지 앉아 있을 수 있었고 총회의 장내가 싸늘하게 되는 위기의 순간에 사회석에 서서 지혜롭고 슬기롭게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지금까지 쌓아온 저의 내공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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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밤도 임원회가 늦게 끝나 한 시가 넘어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불을 끈 상태에서 창문을 열고 밖을 보았습니다. 강남의 수많은 차 소리가 들리고 어떤 사람은 뒷골목을 비틀거리 며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또 비틀거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 저 사람은 만취해 있을까? 행복한 마음으로 걸어가고 있을까? 아니면 인생의 갖은 비애를 안고 걸어가고 있을까?” 창문을 닫고 다시 침대에 누워 지나온 저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저의 삶은 오직 원 웨이(One way), 목양일념과 킹덤빌더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만일 제가 부총회장 그리고 총회장, 그것만을 위해 달려왔다면 저의 인내는 물거품에 불과하고 너무 허무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다짐했습니다. “나는 앞으로도 오로지 목양 일념과 킹덤빌더로 살아가리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직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은혜와 사명만큼 달려가리라.” 제 귀에 는 벌써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저의 인생도 언젠가는 저 낙엽처럼 떨어질 날이 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저는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길, 원 웨이를 걸어갈 것입니다. 심장이 뛰는 한 포기하지 않고 이 길을 갈 것입니다. 불 꺼진 방에서의 사색이 저를 더욱 저 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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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목양칼럼] 불 꺼진 방에서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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