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현수)아름다운 단념
2019/11/18 14:3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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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단념

배 환 봉

단풍은
며칠을 불타는 가슴이더니
어찌된 고뇌일까
불안한 내일보다야
얼핏 고운 꿈 안은 채
그냥 내려 쉬고 싶었을까
고뇌 끝에
엷은 바람 끝으로
타오르던 정열 다 허사인 줄
설령 몰랐다 해도
가는 길 조용히 잠들고 싶은
그리 체념한 듯
이제야 다 버리고
천지 아무데나 내려 쉬는
단풍, 그 단념이
왜 이리 평안한 것이냐

“내가 해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보았노라 보라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전 1:14) 이스라엘의 지혜의 왕이며 모든 영화를 다 누린 솔로몬 왕의 고백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성경구절이다. 사람이 집착하는 모든 가치는 가을날의 붉은 낙엽, 단풍과 같은 것이 아닌지, 시인은 ‘아름다운 단념’ 시 전문을 통해 하나님의 우주만물의 질서 앞에 깊이 묵상하고 있음을 공감하게 된다.
결실의 계절,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고 추수의 풍요로움을 누리지만 이 땅에서의 유한한 삶은 인간의 한계일 수밖에,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말씀을 믿고 살아가는 일이 궁극적인 가치이며 존재의 의미임을 전도서에서 또한 깨우치게 된다. 단풍 또한 자연의 이치로 알게 된다. 바람에 흔들려 떨어질 낙엽은 그 찬란한 절정도 허사인 줄 아는 듯, 떨어져 흙으로 매장되어도 또 다른 생명으로 피어날 것이다.
가을날 조락의 자연 앞에 시인은 섭리를 안다. 떨어지는 단풍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왜 평안한지 조용히 고개숙여 묵상하면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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