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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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세좋게 개혁과제 실천으로 선보였던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제가 시행 50여일을 앞두고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연기했다. 또 재난이나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를 업무량 급증과 같은 경영상 사유에도 인가하기로 범위를 확대했다. 또 중소기업 구인난을 덜기 위해 사업장별 외국인 고용허용한도(E-9)를 한시적으로 20% 늘리고, 내국인 기피업종에는 동포채용(H-2)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다음 달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의결을 거쳐 곧바로 시행한다.
18일 이런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방향’을 발표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법 시행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고 내년 경기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장의 불확실성과 중소기업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며, “국회의 보완 입법이 안 될 경우 주52시간제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처음 이 정책이 나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 실제로 이 제도의 직접적인 수혜자로 여겨지는 근로자들까지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게 이렇게 전격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까? 취지는 이해하고 그렇게 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무런 준비없이 특히 기업은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저렇게 밀어붙이면 과연 기업이 이 정책을 수용할 수 있을까? 기업이 수용할 수 없다면 기업 대 정부간의 힘겨루기는 필수적이고, 결국 노조가 심판이 되는 것은 삼척동자조차도 추측 가능한 결론이었다.
이 정책전환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일정 부분 반영하여 그나마 중소기업에 숨통이 트이는 대책”이라고 평가했지만, 경제인총연합회는 “특별연장근로는 정부의 재량적 판단에 좌우되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고, 유연근무제와 거리가 멀기에 시행규칙이 아니라 법으로 시행시기를 1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를 대변하는 한국노총은 “정부가 노동시간단축 정책과 관련해 스스로 무능함을 인정했으며, 노동절망 정책에 분노, 총파업 투쟁 준비”를 선언했다. 모두 예견된 의견이요 반발이다. 어떻게 대응하려는가?
지금 문제는 이것뿐만 아니다. 이 정부는 치밀한 시나리오와 대응 방안을 강구해 놓고 전문적 검증을 거친 후에 일을 시작해도 어려운 일들을 일단 저질러 놓고 수습하는 ‘머리 나쁜 사장의 과도한 의욕과 부지런함 때문에 망한 회사’ 같은 느낌이 든다. 자기 덧에 걸린 지소미아 파기, 퇴로를 찾지 못하는 대일정책의 반일선동, 무의미한 친북맹종정책, 길 잃은 한미동맹 , 갈수록 서민을 힘들게 하는 표플리즘 경제정책, 뭐 하나 칭찬할 것이 없으니 답답한 일이다.
지금 광화문은 매주 토요일 정부와 대통령을 성토하는 인파로 넘쳐난다. 무능한 야당과 길잃은 여당, 그냥 자기 생각대로만 내달리는 대통령, 그 앞에서 입을 닫고 만만세를 부르며 자기 실리를 정치 낭인들, 서로의 약점과 약점을 서로 물고 물리며 나락으로 다가가는 정권 실세들, 이것들을 감추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공수처 설치와 선거제도 변경에 집착하는 개악 정치, 아! 훗날 이 모든 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고대 그리이스 직접민주주의 방식은 이 시대에는 대단히 위험하다. 좌든 우든 거리로 몰려나와 그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정치적 산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국민대표기관인 국회가 있고, 여론대변기관인 언론이 있고, 이를 감시하는 NGO가 있다. 그런데 이들조차도 광화문과 서초동의 길거리 정치에 매몰되고 있다. 이 역시 이 정권이 자초한 결과다. 실력으로 정권을 잡은 것이 아니라 길거리 정치로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정권을 빼앗길 것이다. 왜냐하면 길거리 여론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정권은 없고, 그 요구를 만족시켜주려면 지금같이 무지막지한 정책과 무례한 언동이 필요할 것이니 이것이 자멸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보편적 국민정서가 거리로 나오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직접민주주의의 현실적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 정권이 이렇게 탄생하고, 그 지지세력의 이익을 위해 이런 방식으로 싸우겠다고 하니, 이를 막을 방법이 같은 방식 뿐이라면 나라도 광화문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을 수 없다. 가슴이 아프고 쓰리다. 야당은 뭘하는가? 도대체 언론은 어디로 숨었는가? 그렇게 입바르던 NGO들은 다 어디 있는가? 숨을 고르고 화를 누르며 토요일 광화문의 동정을 살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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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근로제의 사실상 연기 이 결론을 몰랐던 것은 정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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