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현수)꽃 지는 것 옆에서
2019/11/25 12:5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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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는 것 옆에서

박 재 삼

1
이젠 얼마 안 남은 꽃 질 일 밖에 안 남았네.
꽃대들이 서 있을 그 일 밖에 안 남았네.

마음이 착해 물 같은 마음이라 하고,
그래 그 마음을 주는, 물 주는 朝夕이라 하고,
가만히 피어나면 꽃은 어떻게 피던가,
몇만 년 후에도 그것은 모를 일일레.

그러나 시방 보아라,
지는 꽃잎 두어 잎 저걸 보아라.
무슨 모양인가를
우리의 물빛 마음은 비추어 알아내는 것이다.

2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는가를
그야말로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나 바야흐로 이별하며 있는 지금 멀찌기
오히려 손 흔들며 보여 오는 사랑의 모습......

꽃대밖에 꽃대밖에 더 남겠는가.

꽃이 지면 어쩌랴, 그냥 떨어진 꽃잎 하나 주워 입술에 대어보는 일로, 하늘이 맑고 푸른 가을날 박재삼 시인의 시 한 편 읊조리면 그늘진 마음, 시름까지 푸르게 씻어질 듯, 그리운 그의 시편들은 평범한 삶에서 이끌어 내는 口語體의 시어들이 물비늘 같이 반짝이며 생동감과 친근감을 주게 된다. 삼천포 바닷가의 청소년 시절은 가난과 슬픔, 울음, 한이 그의 삶을 관통하고 있음에도 그 영혼은 맑고 눈빛도 선하여 아름다운 시인이었음을 기억하게 된다 . 성경 시편 23편을 즐겨 암송하며 다윗의 시를 기리던 그의 생전의 모습은 더할 데 없이 귀하게 기억된다. 말년에 중풍병으로 어눌해진 시인의 음성이 쟁쟁하게 들리기도 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여호와를 향한 그의 고백이 얼마나 복되고 아름다웠던가, ‘꽃 지는 것 옆에서’ 詩 전문에서 시인의 예지는 놀랍다. 여호와의 섭리를 겸손히 바라보는 일, 꽃이 지고 꽃대만 남아있을... 우주만물이 섭리 가운데 있음을 아는, 몇 만 년 후에도 꽃은 가만히 피어나고 어떻게 피는지를 시인도,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시방, 곧 지금 보아라, 우리의 사랑도 그렇다.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는지 도무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온 사랑은 어느새 이별을 준비하며, 사랑은 오는 듯 다시 되 돌아 가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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