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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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는 합법적으로 조직을 떠나는 것으로, 통사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새로운 자신의 계획을 가지고 몸담았던 조직에 고마운 마음을 담고 떠나는 것이다. 이런 사표는 격려받아야 하고, 유능한 인재를 보내는 조직이 힘들겠지만 역시 많을수록 바람직한 현상이다. 또 다른 형태의 사표는 그 조직에서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조금이라도 과오를 감당하려고 하는 양심적 행동이다. 소위 문책성 혹은 책임성 사표로서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무겁고 누군가 십자가를 진다는 의식이 있다.
그런데 이 둘과는 무관한 사표가 있다. 소위 항의성 사표, 상관의 부당한 지시나 구조적 모순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 또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현실적 변화에 적응하기를 거부하는 경우 등인데, 이런 사표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항의성 사표라면 무책임하고, 구조적 모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사회적 도태일 뿐이며, 새로운 현실적 변화에 적응을 거부하는 것은 너무 독선적인 처사이다. 절대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그런데 몇일 전 ‘검사내전’ 저자로 잘 알려진 김웅(49·사법연수원 29기) 부장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설명서’를 통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옛 노예무역선 ‘아미스타드’에 비유하고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경찰공화국”이라며 “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했지, 국민이 이 제도 아래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게 되는지, 이게 왜 고향이 아니라 북쪽을 향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며 사표를 던졌다.
김 부장검사가 사표를 던지는 이유와 문제점들에 대하여 만인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근거와 당위성을 제기했다. 그의 사법적 분노를 이해하고 현실적 안타까움을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왜 검찰을 떠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못한다. 이런 현실이 오기 까지 그대는 책임이 없는가? 분명 김 부장검사의 사표는 새로운 출발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면 그대의 사표는 이런 사태에 책임지는 양심적 사표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문책하는 사표인가? 필자는 아무리 보아도 그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김 부장검사의 사표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는 부적응의 뜻인가? 그렇다면 그 사표는 어쩔 수 없다. 아니면 문재인 정권의 부당한 사법파동에 대한 항의성 사표라면 진실로 무책임하다. 또 구조적 모순에 저항하지 못하고 스스로 사회적 도태를 택한 경우라면 진실로 비겁하다. 더불어 새로운 현실적 변화에 적응을 거부하는 사표라면 김부장의 독선은 지나치다. 정리하면 김 부장검사의 주장이 정당하다면 그는 사표를 던져서는 안된다.
이런 와중에 사표를 던지면 가장 좋아할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안그래도 채워넣을 자리가 부족한 현 정권에서 부장검사 자리는 너무 반갑고 기쁜 소식일까! 이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해보셨는지 모르겠다. 지금 소신있는 검사들이 할 일은 사표를 던지는 일이 아니다. 사표는 책임지는 가장 소극적 방법이다. 진정한 책임은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고 기관이 정상적으로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있다. 김 부장검사는 경찰개혁을 할 것이라는 정부 입장에 대해 “사기죄 전문 검사인 제가 보기에 그것은 말짱 사기”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대는 사기범을 잡기 위한 검사의 칼을 들어야지 사표를 드는 것은 경우에도 맞지 않다.
‘검사내전’에서 생활형 검사라고 지칭하던 그는 스스로를 “평생 명랑한 생활형 검사”라고 했다.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사표뿐이라니, 스스로를 비루하고 나약하지만 그래도 좋은 검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 그대의 결정이 너무 경솔했다.
이제 필자는 국민적 명령어 형태로 말한다. 전국 현직 검사들은 “결국, 우리는 이름으로 남는다,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워 국민의 훈장을 받은 이때, 자부심을 품고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김 부장검사의 말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져라. 지금 그 검사의 자부심을 위해 홀로 싸우고 있는 총장의 곁을 떠나는 것을 어찌 국민에게 감사할 수 있는가? 국민은 그 감사를 받을 생각이 없으며, 그대의 경솔함을 탓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돌아갈 수 있으면 돌아가고, 이런 생각으로 가슴 아픈 검사들을 마음과 생각을 다잡고 다시 한번 정의의 칼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고민하는 진정함 검사가 될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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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검사의 사표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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