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측의 내부 반발이 이토록 큰 이유 중 하나는 현재 교회협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 다름아닌 자기 교단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교회협 총무를 맡고 있는 이홍정 목사는 통합측의 직전 사무총장까지 지낸 인물로, 사실상 통합측의 정서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이 목사가 교회협에서 차별금지법을 공식 지지하고 있는 것은 교단 신앙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금번 9월 총회에 올라온 각 노회의 헌의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보수적 분위기가 강한 부산노회(노회장 강상국 목사), 부산동노회(노회장 전재전 목사), 부산남노회(노회장 권영만 목사) 등 3개 노회가 총회에 이홍정 총무의 해임을 요청했으며, 천안아산노회(노회장 임형진 목사)는 총회가 이 총무를 즉각 소환해 조사할 것을 헌의했다.
한국교회의 보편적 정서에 역행하는 교회협 자체에 대한 반발도 컸다. 서울강북노회(노회장 김준호 목사)는 ‘교회협, WCC 정체성에 대한 입장정리 및 탈퇴’를 요청했으며, 포항노회(노회장 김갑현 목사)는 ‘교회협에 대한 특별대책위원회 설치’를 헌의했다. 또한 대구동노회(노회장 김영식 목사)는 교회협이 국회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한 것을 즉각 철회하도록 총회 차원에서 조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런 와중에 통합측은 지난 7월 교회협에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과 의사결정 과정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 왔고, 지난 8월 21일 이홍정 총무가 이에 대한 답변을 통합측에 회신했다. 하지만 이 총무는 답변에서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자유도 귀중하게 보호받아야 할 기본적 인권”이라며 이를 문제 삼는 행위 자체를 비난했고, 특히 통합측 김태영 총회장의 “교회협 총무 재인준 추천을 해주지 않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폭로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홍정 총무 “극보수세력이 총무 ‘해임운동’ 교사”
이홍정 총무는 무려 10페이지가 넘는 장문의 답변서를 통해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자신과 교회협에 대한 정당성을 피력했지만, 사실 그 설득력은 매우 약해 보인다. 특히 교회협을 비난하는 한국교회의 보편적 목소리마저 그저 극보수 세력의 선동과 가짜뉴스로 매도하며, 교계의 공분을 야기했다.
이 총무의 이러한 주장이 지금 상황에서 매우 예민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이 총무의 해임을 요구하는 집단이 다름 아닌 통합측 산하 노회들이기 때문이다. 해당 주장대로라면 총회에 이 총무의 해임을 헌의한 부산노회, 부산동노회, 부산남노회, 천안아산노회 등은 기독자유통일당 등으로부터 조직적으로 교사 당한 우매한 집단이 된다.
자신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무조건 극우로 규정하는 이러한 행태는 아이러니하게도 교회협과 반대편 끝에 있는 극보수 집단의 논리와 매우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성향에 관계없이 자신들에 동조하지 않는 목소리를 무조건 빨갱이, 진보 좌파,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며, 건전한 보수 목회자들을 공격하는데, 반대로 자신의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보편적이고 이성적 정서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극우세력에 교사 당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자신들이 경멸하는 극보수 세력과 결국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 밖에 되지 않는다.
교회협은 한국교회를 대변하는가?
차별금지법을 지지하게 된 교회협의 의사 결정 과정에 의문을 표하는 물음에 “회원 교단 전체의 합의된 입장을 나타낼 뿐, 총무가 소속된 교단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할 수 없다”는 이 총무의 답변 역시, 원칙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현실과의 괴리는 너무도 분명하다.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갖는다는 것은 한국교회의 전체적 여론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통합과 기감을 제외한다면, 결코 교회협이 가질 수 있는 한국교회의 대표성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 기감 모두가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철저히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협의 대표성을 가능케 하는 두 교단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 정작 교회협이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것이다.
과연 9,200교회의 통합측과 단 10교회의 정교회가 가지는 한국교회의 대표성이 똑같을 수 있는가? 기독교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차별금지법이라는 예민한 주제를 단순히 다양성이라는 명목으로만 접근하다보면 보편성이라는 기본적 가치를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NCCK인권센터 논란 “유관기관 일 뿐” 선 긋기
결정적으로 NCCK인권센터에 대해 아무런 책임 없이 선을 그어버린 것은 매우 충격적인 부분이었다. NCCK인권센터는 포괄적차별금지법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입장은 물론이고, 수년 전에는 동성애자로 알려진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에게 인권상을 주기도 했다. 특히 인권센터는 최근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교계의 보편적 목소리를 ‘일부 근본주의 개신교 집단’이라고 지칭하며 반발을 받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총무는 “인권센터는 독자적 운영체계를 가진 유관기관으로 총무의 책임 권한 밖에 있다. 외부에 비춰질 때 이름 때문에 인권센터의 입장이 곧 교회협의 입장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한 마디로 오해일 뿐 인권센터와 교회협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또한 이런 오해를 줄이고자 인권센터 앞에 붙은 ‘NCCK’를 다른 이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인권센터에서 논의하도록 제안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NCCK인권센터가, NCCK의 입장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이 총무의 입장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NCCK라는 이름으로 나온 그간의 입장들은 물론이고 보수 교계를 ‘근본주의 집단’이라고 매도한 심각한 상황을 아무런 해명도 없이 단순히 선을 그어 버리는 것만으로 이를 넘길 수 있는 것인가?
결국 이홍정 총무의 재추천 여부가 관건
통합측은 현재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회협과 한교총 두 곳에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교회협에는 이홍정 총무가 있으며, 한교총에는 총회장 김태영 목사가 공동대표회장을 현 사무총장인 변창배 목사가 총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포괄적차별금지법을 두고 양 단체는 서로 다른 입장을 내고 있다. 그런 상황에 통합측을 향한 교계의 비난이 쇄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요즘은 사회 정치적으로도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극에 달하는 상황으로 통합측의 행태는 외부에서 보기에 ‘양 다리’로 보일 수 있다.
당연히 통합측 내부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이를 정리하고자 했을 것이다. 더구나 교단적 차원에서 이미 차별금지법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낸 상황임에도 교회협으로 인해 오는 외부로부터의 비난과 오해는 교단 정체성 차원에서도 매우 심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 총회장에 대한 이홍정 총무의 원색적인 비난은 지금 현재 통합측 내부의 갈등이 매우 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리고 10페이지에 걸쳐 장황하게 서술한 이 답변서의 진짜 의도는 결국 ‘포괄적차별금지법’이 아닌 이 총무 자신의 재추천 여부임을 짐작케 한다.
통합측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홍정 총무와 김태영 총회장의 갈등이 결국 9월 총회에서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