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가을산에서 겨울산을 봅니다··· ”
2020/10/04 08:14 입력
트위터로 기사전송 페이스북으로 기사전송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크기변환]소강석 목사.png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기도원에 갔습니다. 기도원에 가니까 홍장로님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교회에서 본 홍장로님과 기도원에서 본 홍장로님이 너무 다르게 보였습니다. 홍윤기 목사님이 기도원에서 한 달 동안 있었는데, 홍목사님에게 자네가 너무 부럽다고 했더니 이런 대답을 하는 것입니다. “인자요산(仁者樂山) 이라고 했는데 담임목사님은 정말 인자이기 때문에 산을 좋아하시지만 저는 산에 질려버렸습니다. 저는 인자가 아닌 듯합니다.” 정말 저는 원 없이 한 달 동안 그런 곳에서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가을산을 생각하면 저는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저는 기도원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다음날 알밤을 주우러 갔습니다. 고요한 가을산에서는 알밤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가을산의 알밤에도 햇볕이 스미고 이슬이 젖고 별빛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아니,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초승달 몇 날이 남겨서 둥글게 익어갔을 것입니다.

 

가을산에서 알밤을 주우면서 유년시절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정신없이 알밤을 줍고 나니까 허리가 아팠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알밤 안에 담겨 있을 햇볕을 느끼고 이슬을 만지고 천둥과 벼락, 초승달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제 인생도 그렇습니다. 저는 잘 정돈된 정원에서 핀 꽃이 아닙니다. 거친 광야에서 비바람에 젖고 천둥을 맞고 초승달을 바라보며 피어난 외로운 야생화와 같습니다. 농부들이 작물로 키운 알밤이 아니라 야산에서 혼자 이슬에 젖고 벼락을 맞고 초승달을 바라보며 익어간 산밤과 같습니다. 변방의 비주류로 출발해서 세계 최대 장로교단을 대표하는 총회장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가을산의 알밤 속에 햇볕과 이슬이 담겨 있고, 천둥과 벼락, 초승달의 기억이 다 담겨 있는 것처럼, 제 안에도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습니다. 아니, 야생마처럼 거친 황야를 달려온 사명자의 땀과 눈물과 혼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오로지 주님만 바라보고 교회만 바라보고 성도만 바라보며 달려왔습니다. 앞으로도 오직 주님의 영광과 한국교회 세움을 위해서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칠 것입니다.

 

[크기변환]사본 -소 산.jpg
 
아직 중년이긴 하지만 더 깊은 가을로 접어들고 언젠가 제 인생에도 겨울이 올 것입니다. 그때 눈 내리는 겨울산을 바라보면서 이런 고백을 하고 싶습니다. “하나님, 제 안에는 햇볕이 스며있고 이슬이 젖어있고 천둥과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아니, 외로운 초승달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모든 인내와 아픔, 슬픔과 기쁨, 희로애락은 주님의 영광과 교회 세움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제 인생에도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행복합니다. 제 안에는 오직 주님 한 분만으로 충만하고, 저의 인생은 주님 한 분만을 위한 사명의 길이었으니까요.”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epnnews@empas.com
교회연합신문(www.ecumenicalpress.co.kr) - copyright ⓒ 교회연합신문.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네티즌 댓글
온유 님ㅣ2020.10.04 20:53:02 삭제
댓글 작성자명 님ㅣ2020.10.04 16:33:08 삭제
Pluple309 님ㅣ2020.10.04 16:00:55 삭제
풀꽃 님ㅣ2020.10.04 16:00:13 삭제
약속 님ㅣ2020.10.04 15:52:39 삭제
여왕벌 님ㅣ2020.10.04 15:47:46 삭제
카오루짱 님ㅣ2020.10.04 15:40:03 삭제
댓글 작성자명 님ㅣ2020.10.04 15:27:16 삭제
흰눈 님ㅣ2020.10.04 15:26:02 삭제
댓글 작성자명 님ㅣ2020.10.04 15:16:07 삭제
바이올렛 님ㅣ2020.10.04 14:26:23 삭제
아셋짱 님ㅣ2020.10.04 14:16:40 삭제
써니 님ㅣ2020.10.04 14:02:35 삭제
Hwajin 님ㅣ2020.10.04 13:51:57 삭제
댓글 작성자명 님ㅣ2020.10.04 13:27:34 삭제
앤앤 님ㅣ2020.10.04 13:09:35 삭제
준우 님ㅣ2020.10.04 11:43:26 삭제
노랑풍선 님ㅣ2020.10.04 11:39:45 삭제
인성맘 님ㅣ2020.10.04 11:09:17 삭제
댓글 작성자명 님ㅣ2020.10.04 11:06:39 삭제
댓글 작성자명 님ㅣ2020.10.04 10:54:03 삭제
댓글 작성자명 님ㅣ2020.10.04 10:51:58 삭제
향기 님ㅣ2020.10.04 10:29:35 삭제
마음모아 님ㅣ2020.10.04 10:15:01 삭제
하늘 님ㅣ2020.10.04 10:10:15 삭제
알밤 님ㅣ2020.10.04 10:08:53 삭제
빌더 님ㅣ2020.10.04 09:58:08 삭제
영화배우 님ㅣ2020.10.04 09:54:06 삭제
아멘퀸 님ㅣ2020.10.04 09:52:30 삭제
지니 님ㅣ2020.10.04 09:48:06 삭제
 1   2 

화제의 포토

화제의 포토더보기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 교회연합신문 (http://www.ecumenicalpress.co.kr)  |  발행인 : 강춘오  |  설립일:1991년 11월 16일
    | 사업자:206-19-64905  | 03127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16길 73-10  |  대표전화 : 02-747-1490              
      Copyright ⓒ  교회연합신문 All right reserved.
    교회연합신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