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임성택 교수.jpg

 

19일부터 23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공개됐다.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정상회담의 무게로 상당량의 코로나 백신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국 기업과 미국 제약사 간의 협력을 뒷받침하고, 백신 지원 방식도 먼저 받고 나중에 갚는 스와프 방식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의미 있는 분량의 확보를 위해 협상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핵 문제도 이번 회담의 주요의제이다. 한반도의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한 양국의 의견을 공유하고,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북한이 의미 있게 나올 경우 상응 조치가 따를 것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이 바이든의 대북정책에 공식적인 반응이 없고, 공개적으로 한국정부를 패싱하는 상황에서 어설픈 조정자 역할은 미북의 불신을 받게 될 우려를 거둘 수 없다. 또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한 쿼드에 참여하는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정부는 중국의 반발을 염려하여 기후변화·신기술 등 선별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한··일 협력 문제도 주요 의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필자의 우려는 이 어젠다들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정부의 외교태도에 있다. 19일 오후 출국하여 35일 일정으로 미 정가의 지도자들을 만나고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면 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문제는 우리 대통령을 위한 미국의 의전이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과 오찬이 확정되지 않았다. 오찬을 예상하고 스가 일본 총리와 오찬을 참고하여 새로운 메뉴의 오찬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중국에서의 대통령 혼밥 영상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한 조간신문은 오늘 방미하는 대통령의 기사에서 국빈방문대신 공식방문과 실무방문의 중간 형식이라는 참으로 애매하고 초라한 표현을 썼다. ‘공식실무방문이라는 표현으로 의전보다 백신확보 총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기사화되었다. 기자의 눈에 비친 정부는 의전보다 백신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본듯하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 복잡하고 거창한 의전보다 실무적 효율적 대응으로 소기의 목적을 거두겠다는 진솔한 말로 들리지만, 행간으로 들어가면 자신감없는 정부의 의지를 읽어낸 듯하며 마음이 쓰인다는 말이다.

 

정상외교는 의전으로 말한다. 단어 하나에서 작은 순서에 이르기까지 상대에 대한 철저한 배려와 존중을 담아냄으로 상호 신뢰와 우정을 확인한다. 앞서 말한 어젠다의 성공 여부는 미국이 우리 대통령을 얼마나 극진하게 영접하는지에 달려있다. 우리 대통령을 가장 존귀한 자리에 앉히고, 바이든과 대화하고 식사하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 시간과 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실무자들은 더 많은 것을 챙겨 올 것이며, 이것이 대통령의 실무 외교이다. 만일 대통령이 직접 어젠다의 실무자처럼 움직이면 그 회담은 그것으로 끝이다.

 

일본 아베총리가 트럼프와 골프를 치며 긴 시간을 같이 보낸 결과 그의 실무자들이 챙겨온 성과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보면서 우리는 배아파했다. 반대로 우리 대통령은 중국에 가서 혼밥을 하는 보도를 보면서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어쩌다 우리 외교가 이런 굴종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경제적으로 약소국도 아니고, 당당히 세계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왜 우리 대통령은 약소국에 가서야 제대로 대접받고 정작 필요한 나라에서는 버성긴 손님 취급을 받는가? 그래서는 결코 성공적인 외교성과를 거둘 수 없다.

 

상대국이 주고 싶은 것이 많을 때, 우리가 줄 것이 많을 때 의전의 격은 올라간다. 우리가 미국에 줄 것이, 미국이 우리에게 주고 싶은 것이 그리도 없는가? 그리고 미국이 우리에게서 받고 싶어하는 것을 우리 정부가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우리가 받고 싶어하는 것만 나열하고, 미국이 받고 싶어하는 것을 적절하게 포장해 가지 않는 정상외교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공식실무방문일뿐이다. 실무자의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결례는 아니다. 이것을 염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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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임성택 교수의 ‘정상외교의 핵심은 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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