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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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안디옥교회의 다문화적 특색은 그 주요 구성원뿐만 아니라 주요 지도자들에게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인종, 계층 그리고 신분 등이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지도자들이다. 이것으로 보아 성경적 관점에서의 다문화교회는 다양한 지도자들과 깊은 상호 관련성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사도행전 131절에 기록되어 있는 안디옥교회의 주요지도자들은 바나바, 시므온, 루기오, 마나엔 그리고 바울이다. 이어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헬라파 유대인이며 구브로 출신의 바나바, 다소 출신 정통 바리새파 히브리인 바울, 흑인으로 추정되는 시므온, 구브로 출신의 하층민 루기오, 그리고 헤롯과 같은 이두매 출신의 귀족 마나엔까지 안디옥교회 지도자들의 배경은 다양하다. 따라서 각자의 생활방식과 사고하는 기본 틀까지 다양했을 것으로 보인다.

 

출신 지역부터 인종까지 다양한 지도자들로 구성된 안디옥교회는 서로 포용하기 쉽지 않은 아주 특별한 구조다. 주요 지도자들의 다문화적 배경만으로도 시리아 안디옥은 이주민들이 모여 만들어진 도시임을 알 수 있다. 안디옥교회의 주요지도자들에서 찾을 수 있는 몇 가지 특이점이 발견되는데 그 중 하나가 이름을 헬라식 표기와 히브리식 표기로 병행하여 각기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점이다. 히브리 이름인 시몬을 헬라식 발음인 시므온으로, ‘바울은 히브리식 이름 그대로 사울이라고 사도행전 13장 중반까지 표기하고 있다. 아마도 활동하는 지역에 따라서 특정한 이름을 표기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름 앞에 붙는 별명 또한 지도자들의 사회적 특징을 묘사해 주는 것으로 짐작된다. 하층민으로 추정되는 루기오와 시므온, 그리고 헤롯왕의 측근이었던 마나엔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계층과 지위에 따라 수식어가 다양하다. 따라서 각자 자라난 환경의 차이로 인한 사고방식과 생활방식 등이 아주 다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방인과의 철저한 분리에 익숙한 유대인들의 정체성 중 하나인 배타적 민족주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계층 간의 갈등 또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거스마(Hendrik Jagersma)에 따르면 당시 팔레스타인은 직업적 계층 또는 사회적 신분에 따라 받는 차별이 존재했다고 지적한다. 노예들과 자유민들 사이의 간격, 사회적인 지위에 따른 대우 그리고 민족과 출신에 따른 차별이다. 하지만 초창기 시리아 안디옥교회 구성원들 간에는 팔레스타인에서 보이던 이방인이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른 차별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으며, 다문화적인 구성원들 간에 있을 법한 갈등과 대립 관계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안디옥교회 지도자들의 다양한 인종과 신분적인 배경이 다문화적 구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지도자들이 여러 민족과 여러 계층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안디옥교회의 다양성은 성경 어디에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브루스(Frederick. F. Bruce)는 초창기 안디옥교회를 할례와 음식법에 어떠한 율법적인 규제가 없었고 유대인과 이방인에 대한 인종적인 차별 또한 없는 순수한 믿음의 공동체로 보았다. , 이방인의 전도자가 되기로 이미 결정한 사역자 바울에게 안디옥교회의 모습은 차별이라는 벽을 넘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이상적인 교회의 모델이었다. 브루스의 주장에 따르면 다문화적인 시리아에 세워진 안디옥교회 공동체는 유대교 전통의 중심에 세워진 예루살렘 교회와 사회문화적으로 볼 때 출발부터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었다.

 

정통바리새파였던 바울이 안디옥교회에서 다양한 출신의 지도자들과 함께 사역한 이후 다문화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바울이 안디옥교회에서 파송 받은 이후 함께 동역한 사역자들의 출신 및 인종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바울은 이방인들을 비롯하여 다문화가정 출신으로 설명되는 디모데까지도 포용하여 함께 사역하는 자리의 범위를 협소하게 만들지 않았으며 누구든지 손을 내밀어 함께 사역했다. 그로 인해 바울은 이방인 또는 다문화가정 출신이 교회의 지도자로 세워지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리스도인들이 속한 교회는 유대인과 이방인을 구분 짓지 않고 동등한 관계라는 것이 바울이 동역자들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당시 바울이 활동한 지역들을 중심으로 살펴 볼 때 사회 전체적으로 각 집단들 대부분이 다문화적인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유대인 집단은 여전히 다른 문화를 배제하고 유대교적인 문화를 중심으로 형성하려고 하였지만 바울은 유대교적인 문화를 우선시하는 것을 탈피하여 인종과 계층, 민족을 넘어 회심한 그리스도인 중심공동체와 지도자들로 재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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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칼럼] 이충웅 교수의 ‘안디옥교회의 다양한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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