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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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화요일 저녁에 몸은 피곤한데도 비를 맞고 산행을 하였습니다. 왜냐면, 우리 교단의 여러 산적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정서를 환기하려고 갔습니다. 저는 작년에 떠밀리다시피 총회 선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단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라면 다 알 정도로 목사 부총회장 후보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미 한 분 목사님은 부총회장 후보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 분 목사님은 선거법 위반 문제로 계속 심의를 해야 했습니다. 선관위원들 중에서도 한쪽에서는 분명히 위법이 있기 때문에 후보를 탈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한쪽에서는 위법이 있지만, 이분을 탈락시키면 교단에 너무나 큰 혼란이 온다. 그래서 확실한 사과문을 낸 후 후보로 올려야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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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계속 치열한 의견 대립을 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헌법재판소나 대법원도 결국 다수의 의견으로 결정을 짓지 않습니까? 그래서 부득이하게 어느 목사님의 위법성 문제로 인해 후보를 탈락시킬 것인가, 아니면 올릴 것인가를 놓고 투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부위원장에게 사회권을 양보하고 이석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절대 나가면 안 된다고 붙잡아서 어쩔 수 없이 투표를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저는 위원장으로서 기권을 했고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있습니까? 7:7로 동수가 나온 것입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말 고민을 하였습니다. 한쪽 목사님은 40년 지기 친구고, 다른 목사님도 매정하게 내칠 수 없는 관계이니 말입니다. 더구나 한쪽을 내치면 총회는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마침 우리 총회 직원이 장로회 치리회 규칙 4852항을 찾아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조항에 의거해서 의장으로서 캐스팅보드 역할을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위법성이 있는 분이 기독신문에 사과문을 내면 후보로 확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탈락시키는 걸로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선관위원들도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이 나가자 여러 억측과 소문들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갔습니다. 특별히 제가 월요일에 호남협의회에 가서 설교를 하였는데 설교가 끝나자 저를 앞에 두고 선관위를 향한 규탄 성명서를 발표한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 저에게 양해를 구했지만요. 저는 그걸 보고도 허허허너털하게 웃음을 지었습니다. “나 없을 때나 좀 하지...ㅎㅎㅎ그 순간 어느 정치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정치란 짐승이 되는 비천함을 견디면서 야수의 탐욕과 맞서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양쪽 목사님을 다 설득을 한 것입니다.

 

이런 마음의 부담감 때문에 산행을 갔는데 가을을 재촉하는 빗소리가 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고 풀벌레의 노랫소리가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주었습니다. 고요한 빗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사색도 하고 묵상도 하고 기도도 하였는데, 다음 날부터 어떤 역풍들이 순풍으로 바뀌고 파열음의 괴성들이 고요 속에 노래하는 풀벌레 소리로 바뀌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수요일 오후에 한 목사님은 양해서를, 또 한 목사님은 사과문을 내기로 한 것입니다. 총회 화합과 상생을 위하여 선관위에 양해서를 낸 목사님이 고맙기도 하고 송구스럽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목요일 오전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모든 것을 법리로만 풀 수는 없다. 그 위법성에도 반론이 있고 상대성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정치적인 묘수를 발휘해서 화합과 상생으로 가자. 그러기 위해선 위법한 분에게는 사과문을 교단지에 게재하게 하고, 양해서를 보내온 분에게는 선관위가 감사의 글을 교단지에 게재하도록 하자.”고 결의를 한 것입니다. 저는 원래 목회자이고 교단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누구에게 정치수업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어머니, 아버지가 싸울 때 항상 화합시키고 화해시키는 훈련을 받으면서 노하우를 축적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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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를 다 정리하고 목요일 저녁에 산행을 하는데, 화요일 저녁에 들었던 빗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떠오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남들이 불필요한 오해와 공격으로 상처를 받을 때 거기 가담하지 않고 그에게 때로는 빗소리처럼, 때로는 풀벌레 소리처럼 작은 위로가 되리라.” 그리고 하나님께 이렇게 고백을 했습니다. “하나님, 저 역시 한동안 짐승처럼 비천한 적도 있었고, 오해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야수의 탐욕과 맞서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싸우면서 화합과 상생이라는 고귀함에 이르게 되었네요.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앞으로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총회 선거가 잘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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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빗소리처럼, 풀벌레 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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