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2년 전 소강석 목사의 외침에 모두 아니라 했지만··· 9부능선 넘어

각 단체 자존심 내려놓고, 오직 한국교회에 집중해야

 

차진태 기자.jpg

 

주변의 많은 관심과 기대가 집중됐던 각 교단 9월 총회가 지나고, 이제 다시 교계의 시선은 한국교회 연합운동을 향하고 있다.

 

연합기관 대통합이라는 한국교회의 크나큰 숙원이 올해 안에 반드시 이뤄지길 바라는 기대가 서서히 고개를 드는 것인데, 9부 능선 언저리에서 마지막 방점을 찍지 못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이 다소 답답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 자체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사실 기적에 가깝다. 2년 전 소강석 목사가 연합기관 대통합을 선포할 당시만 해도 교계의 시선은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보수 연합운동이 분열한 지난 십수년 동안 일일이 세기조차 어려운 수많은 통합 시도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느순간 통합이라는 주제를 자기 단체의 존립 정당성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며, ‘통합이란 단어의 신뢰는 추락했고, 그 무게는 심히 가벼워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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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 등장한 소강석 목사의 대통합 프로젝트가 그리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대부분 그럴듯한 구호만 외치다, 몇 개월 내 사그러들 것이라며, 그저 스쳐가는 바람인양 이를 지켜봤던게 사실이다. 통합의 당사자 및 지도자들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은 매 한가지다. 어차피 되지 않은 통합’, 굳이 에너지를 낭비해 가며,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저 ()통합의 화살만 피하겠다는 구색맞추기에 열중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모든 이의 예상을 뒤엎고, 대통합 프로젝트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 한교총은 소 목사가 대표회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해 기본합의 > 상세합의-> 임시총회 > 통합총회 > 정기총회로 이어지는 통합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고, 실제 한기총과 기본합의에 이어 상세합의까지 이뤄냈다.

 

결정적으로 한기총이 지난 6월 임시총회를 통해 상세합의서를 최종 추인한 것은 연합기관 관계자들조차 놀란 결과였다. 이제 한교총의 임시총회만 거친다면, 말 그대로 통합총회를 목전에 둔 상황,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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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답보상태처럼 보이는 연합기관의 통합 논의를 보면서, 일부 교계는 다시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히려 통합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며 발생하는 단체 내부의 혼란을 마치 통합의 부작용인 듯 비판하기도 한다.

 

허나 냉정히 볼 때, 지금 교계 연합운동은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뜨거운 순간이다.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여전히 살아있고, 실제 그에 부합할 결과가 우리 눈 앞에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실망하거나 비판할 이유는 전혀 없다.

 

애초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통합이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대부분이 외면했고, 방해키도 했다. 오히려 그 모두를 이겨내고 이룬 이만큼의 성과는 차라리 하나님의 은혜라 고백하는 편이 옳을 지경이다.

 

허나 그렇기에 아직 넘지 못한 마지막 능선이 너무도 간절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 한국교회가 밟고 있는 9부능선의 고지조차 단 한 번도 경험치 못한 곳, 어쩌면 이대로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감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분명한 확신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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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기관 내부의 혼란에 굳이 심각해질 필요도 없다. 분열 이후 연합기관들이 달리 평온한 적도 없었지만, ‘통합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겪는 시련이라면 그 가치는 이미 그것으로 충분하다. 번데기의 모습이 아무리 흉하다 하여도 이를 거치지 않고 하늘로 날 수 있는 나비는 없기 때문이다.

 

가수 고 신해철 씨의 민물장어의 꿈이란 곡에 이런 구절이 있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 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지금 우리가 도달해야 할 대통합이라는 문은 각각 덩치만 커진 연합기관들이 한 번에 통과하기에 결코 크지 않다. 각자가 스스로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질 때, 함께 손을 붙잡고 마지막 고지로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확실히 기억해야 하는 것은 하나된 한국교회에 갖고 들어갈 자존심은 없다는 사실이다. 나를 버리고, 스스로를 내려 놓을 때, 한국교회는 산다. 그것이 이번 연합기관 대통합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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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계 대통합 꿈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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