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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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총연합(공동대표회장 전계헌, 최기학, 전명구, 이영훈)의 정식 출범으로 인한 교계 분열이 다시 한 번 한국교회를 들끓게 하고 있다. 교단장회의와의 통합을 파기한 한국기독교연합(대표회장 이동석 목사, 구 한교연)이 통합 논의과정에서 드러난 대교단들의 오만과 이기주의, 거짓된 민낯을 대대적으로 고발하며, 이번 한교총 출범에 대한 교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통합, 합동, 기감 등 대교단이 중심이 된 한교총은 95%의 한국교회가 참여했다는 수치를 강조하며, 한교총의 출범이 한국교회의 하나됨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대다수의 교계는 30여개 교단만이 참여한 상황에서 단순한 수치만으로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내세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반문하고 있다. 특히 교계 연합사업은 교세나 재정 수준에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와 책임이 부여된다는 연합정신에 완전히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과 관계없이 한교총은 한기총, 한기연을 잇는 한국 보수교회의 제3연합단체로 본격행보를 시작했다. 더구나 장로교와 더불어 한국교회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감리교가 교회협(NCCK) 외에 교계 연합사업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것은 나름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상황이다.

문제는 분열 가속화에 대한 우려다. 분열은 처음이 힘든 것 뿐, 일단 시작되고 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된다. 이미 한국교회는 세계교회사에 유례없는 장로교단 분열을 경험한 바 있다. 아직도 매년 9월이면 반복되고 있는 장로교단의 분열은 이제 300개를 훌쩍 넘어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지경이 됐다.

그에 비해 교계 연합단체는 그나마 진보진영의 교회협과 보수진영의 한기총으로 나뉘어 매우 안정적인 운영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2년 한기총의 내분으로 한교연(현 한기연)이 탄생하며, 교계 연합운동에도 분열이라는 부끄러운 역사가 생겼다.

당시 교계가 우려했던 것은 한교연의 분열이 정당화 됐을 때의 상황이다. 만약 분열 자체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될 경우, 언제든 정치적 욕심과 내분이 억지 명분을 만들어 또다른 분열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그러한 우려의 결과가 지금의 한교총이다.

과거 한교연이 분열할 당시 이단을 명분으로 내세웠다면, 지금 한교총은 한국교회의 연합이라는 이유를 댔다. 본래 한기총-한교연의 통합을 촉구하던 이들이 분열을 야기하며 연합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 자체가 사실상 이번 분열의 명분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다음의 분열은 더 쉽고 가벼워질 수 밖에 없다. 어떠한 이유나 사건 없이도 얼마든지 대교단들의 이해관계와 자리다툼에 의해 시시때때로 분열이 가능해진다.

더구나 한교총에서 함께 손잡고 있는 통합, 합동, 기감은 겉으로 보이는 평온함과는 달리 WCC라는 화약고를 안고 있다. WCC는 지금 한국교회 분열에 언제나 중심에 있는 주제로, 합동, 고신, 대신 등의 보수교단들은 WCC를 혼합주의, 다원주의로 점철된 완전한 이단으로 구분하고 있다. 당장 한국교회 분열의 초석이 된 통합과 합동의 분열 역시 WCC에 기인하고 있으며, 합동은 지난 44회 총회를 기점으로 WCC와 영구 단절키로 한 바 있다.

이를 우려한 듯 지난 125일 열린 한교총 총회에서는 WCC를 반대하는 피켓과 구호가 곳곳에서 난무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 합동이 WCC 회원교단인 기감, 통합과 WCC에 대한 아무런 연구나 신학적 합의 없이,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장기적인 연합을 구상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반대로 이들 세 교단 사이에 정치적 분쟁이나, 자그마한 마찰이라도 생긴다면 WCC를 핑계로 언제든 분열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예상할 수 있다.

교단을 넘어 교계 연합운동으로까지 퍼지는 분열 폭풍이 종교개혁500주년을 지나는 한국교회에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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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연합운동 ‘분열’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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