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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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남성 갱년기가 지났을 텐데도 자꾸만 마음이 여려지고 다치곤 합니다. 원래 저의 캐릭터는 맨땅에 헤딩을 할 정도로 강인한 의지와 불굴의 사나이라고 할 수 있지요. 어떤 시련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또 어떤 상황에서도 상처를 받지 않는 이미지를 풍기는 목회자였습니다. 물론 타고난 심성은 아주 여리고 부드러운 부분도 많이 있지요. 그러나 저의 젊은 시절은 강인함과 불굴의 의지 그 자체였지요.

 

그런데 나이가 먹으면서 여려지는 부분이 많고 눈물에 약한 면을 보이곤 합니다. 거기다가 제가 하는 일이 많고 활동 영역이 넓어지다 보니까 불필요한 오해와 비판도 받곤 하잖아요.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교회 조직도 커지고 제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더 그렇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앞서 일하신 조용기 목사님을 비롯해서 많은 한국교회 지도자들을 생각하면 더 애처로운 마음이 들고 울먹일 정도로 감사한마음이 듭니다.

 

최근 저는 어느 대학교 집회에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오해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고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쓴 꽃밭 여행자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황무지를 거닐며 꽃씨를 뿌릴 때 / 눈물이 바람에 씻겨 날아갔지 / 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처럼 / 가슴에 봄을 품고 황야의 지평선을 바라보았어 / 잠시 꽃밭을 순례하고 싶어 / 벚꽃나무 아래서 하얀 꽃비를 맞으며 섰을 때 / 꽃잎은 나에게 보내어진 연서였음을 알았던 거야 / 바람에 한 점, 한 점 날리는 꽃잎을 두 손에 모아 / 젖은 눈동자로 바라볼 때 / 꽃잎들은 거울이 되어 내 얼굴을 비추어 주는데 / 꽃 거울에 비친 / 나의 시들어가는 고달픈 초상 / 꽃향기를 따라 날아가는 나비처럼/ 꽃잎들의 연서를 손에 쥐고 / 홀로 먼 길을 떠나온 외로운 꽃밭 여행자 / 어느새 해가 저물어 붉은 노을이 질 때 / 문득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진다 / 눈물은 이슬이 되고 / 이슬은 다시 꽃잎으로 피어나리니 /나도 하나의 꽃잎이 되어 그대의 창가로 날아가고 싶어 / 노을 물드는 꽃밭에 꽃잎으로 떨어지고 싶어.”

 

여기서 저의 시적 화자는 황무지를 꽃밭으로 가꾸어야 할 사명자의 이미지로 형상화했습니다. , ‘꽃밭 여행자는 목회자에 대한 시적 은유요 저의 시적 자아에 대한 이미지인 셈입니다. 그래서 영혼을 사랑하는 한 목회자의 모습을 꽃을 사랑하는 꽃밭 여행자로 은유한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꽃잎을 저에게 보내진 연서로 은유화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시적 화자는 꽃 거울에 비친 자신의 시들어가는 고달픈 초상을 바라보며 어느새 해가 저물어 붉은 노을이 질 때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꽃밭 여행자도 먼 길을 걸어왔기에 몸도 지치고 마음도 고달파 눈물이 쏟아지고 마는 겁니다. 꽃밭 여행이라고 해서 순탄만 하겠습니까? 꽃 가운데는 장미꽃도 있고 찔레꽃도 있고 아카시아꽃도 있을 수 있었기에 말입니다. 보기에는 화사하고 코에 향기는 진동할지라도 몸과 마음이 가시에 찔릴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꽃밭 여행자의 눈물은 이슬이 되고 이슬은 다시 꽃잎으로 피어날 것을 소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먼 훗날 노을 물드는 꽃밭에 다시 꽃잎으로 떨어지기를 소망하고 있는 거지요. 꽃 뒤에 숨어 있는 영혼의 가시 때문에 상처가 있고 아픔이 있다하더라도 다시 꽃잎으로 피어나고 그대의 창가로 날아가 다시 노을 물드는 꽃밭에 꽃잎으로 떨어지기를 소망한 것입니다. 제가 쓴 시이지만 이 시를 보고 또 봐도 마음이 애처롭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이 시로도 만족치 않아 사막으로 간 꽃밭 여행자라는 시를 썼습니다.

 

꽃밭을 여행했으면 사막으로 가라 / 사막을 다녀왔으면 다시 꽃밭으로 가라 / 꽃밭의 향기를 사막에 날리고 / 사막의 침묵을 꽃밭에 퍼뜨리라 / 꽃밭에는 사막의 별이 뜨고 / 사막에는 꽃밭의 꽃잎이 날리리니.”

 

이제 저의 시적 화자는 꽃밭을 여행한 자에게 사막으로 갈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막을 다녀왔으면 다시 꽃밭으로 가라고 권면하지요. 왜냐면 꽃밭의 향기를 사막에 날리고 사막의 침묵을 꽃밭에 퍼뜨리기 위해서죠. 꽃밭 여행자의 가슴 속에는 꽃밭과 사막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요즘 오해나 비판을 받을 때마다 이 시를 읽곤 합니다. 그래서 곧 출판될 시집의 제목도 사막으로 간 꽃밭 여행자라고 하였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 특별히 우리 새에덴 성도들은 저와 함께 사막으로 간 꽃밭 여행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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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목양칼럼] 사막으로 간 꽃밭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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