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취임예배를 앞두고 한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장로님들이 의논하여 저에게 부총회장 취임 축하금을 준다고 하면서 전날 순서를 마련해 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 보고를 받고 절대로 그런 순서를 갖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그 돈을 제가 받지 않고 요즘 어려운 총신대에 기부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총회장 취임도 아니고 부총회장 때라 조심스러웠습니다.
이 일로 화요일 밤은 정말 잠이 안 와서 얼마나 뒤척였는지 모릅니다.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총장님을 초청 안 했지만 만약 총장님이 오신다면 총신대에 전달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으로 알겠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총신대 총장님이 제일 일찍 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배장용 장로님이 성령의 감동을 받고 좋은 헌신 소식을 전해오셨습니다. 그래서 “아, 이게 하나님 뜻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또 어렵게 공부했던 광신대도 생각이 나고, 강단에서 보니까 기독신문 사장인 이순우 장로님도 보이는 것입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결단을 하고 이종민 목사님께 부랴부랴 연락을 해서 총신대학교, 광신대학교, 기독신문에 후원금을 전달하는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것도제가 전달하지 않고 총신은 재정위원장인 권용관 장로님이, 광신은 배장용 장로님이, 기독신문은 손정완 장로님이 전달해 드렸습니다. 배장용 장로님은 손 장로님에게 도전을 받아서 더 큰 헌신을 하기로 했고, 손 장로님도 갑자기 나오라고 해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자원해서 기독신문 후원금을 담당하시겠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두 장로님들의 헌신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사실은 갈등하지 않고 미리 결단을 했더라면 잠 못 자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갈등이 컸기에 보람도 컸습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교회가 아무리 힘들어도 선한 일을 할 때는 단 한 번도 못 한 적이 없었습니다. 구미동에서 예배당을 지은 후 IMF가 와서 힘들었지만 제 아들 학원은 못 보내도 해외 선교사 후원은 단 한 번도 미룬 적이 없었고, 단 한 번도 부교역자 사례비를 못 준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교단과 한국교회를 섬기는데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힘들었지만 단 한 번도 못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작년에는 30주년 비전헌금과 임직자 헌금도 있었지만 올해는 특별한 헌금명목이 없어서 아무래도 작년보다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하나님의 은혜로 하고자 하는 것은 다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요, 장로님들의 후원과 성도들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또한 요즘 저는 정 권사님의 눈물의 기도가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지난 주 같은 살인적 일정도 행복하고 거뜬하게 잘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