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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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교회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이 절대적 진리이고 인간의 사상은 성경 앞에서 상대화되어야 한다고 고백해왔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나 반공주의 이데올로기는 교회가 말씀으로 상대화 시키고 극복해야 할 철학적 우상이다. 교회가 진정한 이데올로기의 우상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리려면 먼저 복음의 초월성이 나타나 이데올로기를 상대화 시켜야 한다. 현재의 한국교회는 거의 대다수 반공주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교회이다.

 

최근 일부 보수 진영의 목회자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정교분리를 내세우며 복음의 사회적 실천에 무관심하였었는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예수의 이름으로 반공주의 이데올로기를 무차별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동안 나온 이들의 주장을 보면 현 정부는 주사파 정권이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현 정부가 추구하는 모든 정책(평화통일 대북 정책,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주장은 이번 총선을 통하여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거부되었다.

 

하나님의 교회는 탈 이데올로기 공동체로써 하나님의 평화를 오늘의 한반도 상황 속에서 실현해야 한다. 진보-보수 양 진영 간의 대립과 증오를 넘어서서 화해와 용서를 실현하는 화해 공동체’(Reconciliation Community), 민족의 분단과 분열을 넘어서서 통일과 통합을 일구어내는 평화 공동체’(Shalom Community)로 불평등과 불공정을 넘어서는 공정 공동체’(Fairness & Justice Community)로 기능함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의(Rightousness)’를 이 땅 위에서 실현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인 인애와 공평과 정직을 강조하며 정의와 화해와 평화를 이 땅 위에 실현하는 것을 선교적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 교회는 마땅히 전쟁보다 평화, 억압보다 자유, 독재보다 민주, 독점보다 평등, 거짓보다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 교회는 그 정권이 보수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상관없이 하나님 나라의 보편적 가치에 의하여 판단해야 한다.

 

현 문재인 정부는 이미 앞에서 말한 평화 통일 대북 정책,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공약으로 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통하여 5년간 국가를 운영하도록 선택된 정권이다. 따라서 현 문재인 정부가 그 공약에 따라 실행하고 있는 정책 수행에 대하여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 근거한 비판적 지지 혹은 비판적 보완, 혹은 비판적 반대를 선택적으로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교회는 민주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무와 선지자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다음 세대는 공평(Fairness)’이라는 가치에 민감한 세대이다. 이들은 기성세대의 반칙과 특권에 깊이 분노하며 좌절을 느낀다. 우리 사회의 특권층이 행하는 입시 불공정 행위나 취업 불공정 행위, 여러 형태의 갑질 행위에 대하여 젊은 세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 공평이라는 가치를 가장 현실적인 불의로 보기 때문이다. 586세대는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 분단 상황에 저항하는 통일이라는 가치에 민감했으나 오늘의 이 세대는 공평이라는 가치에 민감하다. 과거 이명박근혜정권이나 현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도 이 공평이라는 가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아니할 때 젊은 세대는 그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다음 세대는 소수자의 인권 보호에 대하여 민감하다. 소수자 보호를 위한 각종 조례와 법령 개정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앞세우는 일부 목회자들의 언행에 대하여 한국 사회의 다음세대는 교회에 대하여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 현재 한국 교회가 다음 세대 복음화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회 내부의 불의와 불공정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극히 소수에 불과한 난민, 외국인 노동자, 이슬람, 성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소금과 빛으로써의 역할을 스스로 상실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먼저 교회 내에 팽배하고 있는 세속 이데올로기 추종, 성 폭력, 재정 횡령, 목회 세습, 가짜 박사 학위 소지 목회자, 불법 건축, 금권 선거 등을 회개해야 한다. 이런 철저한 자기반성과 회개 없이 소수자에 대한 증오에만 열을 올리는 한국 교회의 일그러진 모습은 다음 세대 젊은이들에게 교회를 매우 위선적인 공동체로 보이게 할 뿐이다.

 

한국 크리스챤의 기독교 신앙은 교회안의 영역으로만 축소되었고 한국교회의 하나님의 나라는 종교성 안에 머물며 사회적 공공성을 현저히 상실하고 말았다. 이제 하나님의 나라는 일상의 모든 영역에 대한 주권을 상실한 ’, 혹은 통치영역이 없는 망명정부가 되고 말았다. 이 세속과 교회의 이분법적인 분리 앞에서 대부분의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은 자연스럽게 세상에서는 세상의 논리로, 교회에서는 신앙의 논리로 그 가치관이 자동 전환되어지는 정신분열적 자기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반면에, 교회영역 안에서 주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목회자들과 교회 사역자들은 평신도들과는 달리 아무런 갈등 없이 교회 확장이 곧 하나님나라의 확장이라는 등식에 파묻히게 된다. 그 결과 하나님 나라는 오직 교회 성장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지나친 확신을 갖게 되어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교회 성장주의에 함몰되고 만 것이다. 그래서 한국 기독교는 개인주의와 교회성장주의라고 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이기주의에 더욱 깊이 사로잡히게 되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오늘의 한국 교회는 복음의 총체성에 근거한 하나님 나라의 총체적 제자도를 다시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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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문식 목사의 '하나님의 평화 공동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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