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임영천 목사.jpg
 
요즘 나는 조금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고 다소 놀라게 되었다. 어떤 한 승려가 다른 한 승려를 조금은 심하다싶게 나무랐는데, 그 꾸지람을 당한 승려가 너무도 쉽게 잘못했습니다하고 사과를 해버리는 게 아닌가. 나는 이 사태를 지켜보고서 상당히 놀랐다. 물론 그 사과를 한 승려가 꾸지람을 당할 만한 일을 했었기에 잘못했다고 사과를 한 것이라고 본다면 일은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비록 누가 잘못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지적당하면 그냥 당하지만은 않는다. 반드시 나무란 상대를 되받아쳐 상대를 그로기 상태로 몰거나, 아니 걸핏하면 명예훼손이니 무어니 하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덤벼든다. 우리 현실 가운데서 익히 보아온 바이다. 그런데 이런 볼썽사나운 현실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금 이야기의 두 주인공은 현각 선사(禪師)와 혜민 선사이다. 푸른 눈의 수행자로 불려온 미국인 현각 선사가 요즘 한창 구설수에 오른, 베스트셀러 명상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선사를 가리켜 속지 마 연예인일 뿐이다. 일체 석가모니 가르침을 전혀 모르는 도둑놈일 뿐이라고 비난했던 것이다. 혜민 선사에게 우리가 보기에도 승려 같지 않은 구석이 다소 엿보이기는 했다 하겠지만, 그렇다고 같은 불교계 인사가 상대를 속지 마 연예인이라고 평한 것이야 접어둔다고 치더라도 도둑놈이라는 지극히 모욕적인 언사를 써서 비난한 것까지 참아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혜민 선사는 잘못했습니다라고 나온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오늘날에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혜민 선사가 결코 비난의 대상이 될 인물만은 아니다, 라는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본다. 동시에 불교계도 일단 한숨 돌리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우리 문화계의 기린아들이라고 할 두 인물이 맞붙어 티격태격한 일이 있었다. 조정래 작가와 진중권 평론가였다. 이들의 언쟁을 옆에서 지켜본 우리로서는 뒷맛이 매우 떨떠름했다. 문단의 대선배를 무시하기냐 하는 식으로 나온 조정래 씨나, 어디 고소할 테면 해 봐라 멋들어지게 붙어줄 테니까, 식으로 나온 진중권 씨나 옆에서 보기엔 고집불통들 간의 진흙탕 싸움 같이만 보였기 때문이다. 이 싸움은 현각과 혜민 두 승려들의 멋들어진 결말과 같이 시원하게 끝난 것도 아니고, 말하자면 결말도 무엇도 없이 흐지부지 돼버린 꼴이어서 뒤끝이 개운하지 못한 결과만을 낳았다고 보겠다. 어떤 계기만 만나면 둘이 또다시 폭발할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만 남겨 놓은 모양새라고나 할까.

 

미국의 2020년 대선의 결과는 이미 발표된 232 306이란 선거인단의 확보수가 말해 주듯이 바이든의 압도적인 승리로 장식됐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결과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옆에서 보기에,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당사자들인 미국인 투표권자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속된 말로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겠다. 마치 백()을 백이라 인정하지 않고, ()을 흑이라 인정하지 않는 꼴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트럼프는 그러면 어쩌자는 말인가. 이번의 선거를 그는 마치 한판의 트럼프 놀이쯤으로 치부하자는 말인가. 이게 어떻게 한판의 마작놀이나 화투놀이나 트럼프 놀이로 돌려놓은 수 있는 판이란 말인가. 지금 그는 이 선거판에서 마치 한 수 물려줘라고 떼쓰는 장기나 바둑판 놀이의 선수들처럼 극도로 유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속된 표현처럼 아더메치의 꼴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바이든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그가 꼭 잘나서(잘해서) 그랬다, 라고는 보지 않는다. 트럼프가 형편없어서 그 반대급부로 이득을 본 결과 바이든이 이길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나의 판단은 결코 나만의 판단만은 아니고 거의 객관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형편이 없었다. 더구나 미국의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형편없었다. 미국이 세계질서를 리드해 오던 관행을 그는 거의 걷어차 버렸다. 대신 강자(강대국)의 자리를 이용해 약자(약소국)의 돈이나 탈취해 보려고 애쓰는 장사치의 수준으로 제 나라를 격하시켜 버렸다.

 

그가 수준 미달로 보이게 만든 큰 증거는 바로 코로나19에 대처한 그의 무()대처, 무능력의 실상이었다. 지금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는데도 그는 노(no)마스크만을 자랑하듯 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더 일러 무엇하겠는가. 게다가 짐짓 선거부정을 날조해 미국()을 여와 야, 또는 좌와 우의 진흙탕 속에서 싸우는 이전투구들로 만들려 하고 있으니 너무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결국 그는 혜민 선사처럼 잘못했습니다하고 떠나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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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시평] 임영천 목사의 '“잘못했습니다” 하고 떠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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