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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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한항공 모닝캄 잡지 March ~ May호에 실린 다니엘 린데만이 쓴 지구에게 쓰는 편지를 읽고 착안하여 쓴 글임을 밝힙니다.)

 

나야, 나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다니엘 린데만이 지구에게 편지를 썼던 것처럼 나는 너 제주에게 편지를 쓴다. 요새는 예전처럼 서로가 눈 맞추고 얘기할 시간이 별로 없었잖아. 아마 37~38년 전일거야. 내가 처음에 너에게 방문할 때는 신학생 시절이었지. 내가 제주 땅을 밟았을 때 얼마나 신비롭고 신기한 느낌을 가졌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구나. 어쩌면 너도 어렴풋이 그때 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 나는 한라산 기도원에서 숙식을 하며 하나님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무들에게 이야기를 건넸지. 하나님 지으신 세계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말이야. 나는 그때 한라산의 노루가 뛰어 노는 모습도 봤지. 처음으로 정방폭포를 보고 천지연폭포를 봤을 때 나는 그냥 입을 벌려 노래했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 볼 때~~”

 

두 번째 너를 찾았을 때는 개척교회 시절이었어. 그때도 우리 교회 한 집사님이 서귀포에 있는 군 휴양소의 방을 얻어주어서 며칠 다녀온 적이 있었지. 아들 성군이와 함께 생전 처음으로 말을 탔을 때 너무 신기하고 감사해서 나는 그냥 울어 버렸지. 그 이후로도 나는 너 제주를 찾을 때마다 푸른 바닷길을 걷고 곶자왈 숲을 걷기를 좋아했었지.

 

기억 안 나? 교래 자연휴양림을 걸을 때마다 작은 아마존의 원시림을 걷는 것 같다고 중얼거리고 또 중얼거렸지. “이곳에만 오면 에덴동산이 생각이 난다고. 마치 내 삶의 근원, 생의 원형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고.” 그러니까 살아온 내 삶을 돌아볼 수 있었고 에덴동산과 나를 지으신 그 분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고 돌아갔어.

 

아직도 기억이 안 난다고? 아마 기억이 안 나더라도 지금쯤은 눈치라도 챌 수 있지 않겠어? 요즘은 제주에 올 때마다 그런 시간을 갖지를 못하고 업무상, 사역상으로만 왔다가는 나잖아. 제주라는 자연의 신비는 참으로 위대하고 한라산은 깊고 높기만 한데 난 요즘 너에게 와도 그곳을 찾을 시간도 없어. 그저 철근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회의나 하고 강연이나 하며 나머지 시간은 핸드폰이나 부지런히 사용하다가 돌아가는 나 말이야. 교단 총회장과 연합기관 대표회장이 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 구나. 이번에도 곶자왈 원시림을 잠깐이라도 들리지 못한 게 아쉽고 속상하기 그지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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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친구 제주야, 네가 날 기억하지 못해서 속상하다. 그러나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 역시 육지로 올라오면 너를 잊은 채 일과 스케줄에 파묻혀 살아가지. 언젠가, 아니 총회장 사역이 끝나고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하나로 만든 후에 적어도 몇 주는 너와 함께, 아니 너의 원시림 숲 속에 푹 파묻혀 살고 싶구나! 너를 처음 찾았을 때 한라산의 나무들과 대화하며 하나님을 찬양했던 그 설레는 가슴으로 말이야. 그런데 과연 이 일이 이루어질지는 모르겠구나. 벌써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착륙을 하려고 하네. 비행기가 착륙하면 나에게 어떤 바쁜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 난 잘 알고 있지. 그러나 그 꿈만은 꼭 이루어지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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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제주에게 쓰는 편지, 나는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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