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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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에 임서희 권사님이 계십니다. 제 고향 후배이기도 하고 한동안 정금성 권사님의 비서도 했었습니다. 고향 후배여서 제가 좀 편하게 대했다고 할까요, 아니면 저도 모르게 좀 가볍게 대한 면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임 권사님이 상처하고 혼자 사시는 목사님과 재혼을 하셨습니다. 그 목사님은 전 세계를 다니며 선교를 하시는 목사님이신데, 그 분도 제 고향 대선배이시고 저의 중매로 임 권사님과 재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최근에야 임 권사님이 실력 있는 화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문학성이나 예술성이 깊은 사람들은 무조건 좋아하고 우러러보는 경향이 있거든요. 더구나 이분이 그냥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국전에 입선을 한 화가였습니다. 저에게 단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없으니 모를 수밖에요.

 

그런데 얼마 전에 개인전을 한다고 기도를 받으러 오셨습니다. 그리고 도록에 들어갈 축사를 부탁하시는 것입니다. 제가 그 도록을 보고 입이 벌어졌습니다. 얼마나 그림들이 순백의 미를 지니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정식으로 사과했습니다. “권사님, 솔직히 과거에 권사님을 좀 무시할 때가 있었어요.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기도를 해 드렸더니 권사님께서 펑펑 우시는 것입니다. 저는 기도를 해 드린 후, 도록을 보고 그림 하나를 찍었습니다. 그 그림은 자작나무 숲길에 벤치 두 개가 놓여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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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제가 이라는 노래를 대중가요 스타일로 작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 불편해 할까 봐 / 마음으로만 고백해요 / 꿈속에서 당신과 손을 잡고 자작나무숲을 거닐고 있을 때 / 별빛이 부서지고 스러지는 밤 / 하늘도 우릴 축복했어요 / 마주치면 피하지만 혼자 있을 땐 꿈을 꿔요 / 이제 고백해도 되나요 피하지 않아도 되나요 / 당신 앞에 서도 되나요 / 꿈속에서 깨어나야 하나요

 

저는 도록에 나와 있는 그림들이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꽃도 마음에 들고 시골 풍경과 나무와 숲길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자작나무숲 그림이 좋았습니다. 왜냐면 제 마음이 원하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흙길을 좋아하고, 하늘이 나무로 가려지는 원시림과 같은 울창한 숲길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가끔 길을 걷다가 벤치가 있어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살다 보면 혼자 외롭고 쓸쓸하게 걸을 때도 있지요. 하지만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 또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걷다 벤치에 앉아 음료수나 간식을 먹으면서 대화도 나누고 또 쉬었다가 걸어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길이 제 마음이 원하는 길이거든요. 그만큼 제 마음이 휴식을 원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그 그림의 제목도 휴식이어서 제가 당장 찍었습니다. 대부분의 그림이 해바라기, 무궁화, 동백꽃, 장미 등 꽃을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장미는 국전에 입상을 한 작품이고요. 이분이 홍대 미대를 나온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천부적으로 화가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서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저는 무슨 일을 시킬 때 지혜롭고 빠릿빠릿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막 나무라는 스타일인데, 과거에 우리 정 권사님의 비서를 하실 때 아무래도 제가 너무 일방적으로 말을 할 때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권사님이 이런 대 화가인 줄 몰랐습니다. 진작 말씀 좀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런데 우리 임권사님이 이렇게 순수한 풍경과 꽃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임 권사님의 마음속에 이미 순수의 꽃이 피어 있고 꽃향기가 진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임 권사님의 꽃 그림은 정말 생화처럼 향기가 느껴지고, 풍경 그림은 마음의 평안함을 줍니다. 마치 저와 같이 쉼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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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일부터 31일까지 수지 갤러리썬에서 개인전을 하는데, 휴식이 필요한 사람, 꽃을 좋아하는 분들은 가셔서 마음이 원하는 길을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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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내 마음이 원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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