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12(목)
 

천주교는 기독교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성경’의 기독교는 아니다
교황의 한국방문 한국 개신교의 연합과 일치의 기회로 삼아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이 한국 교계와 정치계에 미칠 영향은 매우 미묘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현 정권에 대하여 네거티브 성향을 가진 진보적 천주교 사제들이나 교인들은 대통령이 교황을 접견하는 것이, 교황이 현 정권을 승인하고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인식될 것에 대하여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티칸도 엄연한 독립 국가이기 때문에 양국의 정상이 국가간의 외교적 차원에서 만나는 것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
반면에 천주교 교세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번 교황의 방문은 천주교 성장에 엄청난 효과를 가져 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교황을 대대적으로 환영해야 할 입장이다.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한 이후 천주교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여 한 동안 200만 신자에 머물러 있던 상황에서 현재 500만 신자를 확보하게 되었다. 물론 그 성장이 교황의 방문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겠지만, 교황이 한 나라를 방문하면 그 나라의 천주교 교세는 현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사실이다.

개신교 신뢰회복이 급선무
그런데 교황에 취임한 후 계속적인 서민 행보와 파격적인 겸손 모드로 세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한국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의 두 번 방문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가능성이 금년 8월 이후 현실로 나타났을 때, 한국 개신교의 타격은 예상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금, 그렇지 않아도 개신교는 2004년 이후 교인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장으로 최근 개신교를 대표할 만한 지도자들의 분열과 부도덕 그리고 비윤리적인 행태가 공개적으로 드러나면서 개신교 지도자들과 목사들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빈하고 검소하고 겸손한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는 현 교황이 한국을 휩쓸고 지나가면 천주교는 예상을 뒤엎는 반사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현재 한국 개신교의 상황이 교황의 한국 방문 이전에 급속히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이번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개신교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교황의 이번 한국 방문이 천주교에는 큰 복이 될 것이고, 개신교는 회복하기 힘든 손실을 입게 될 수도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지금부터 개신교는 교세 확장보다는 일반인들로부터 신뢰회복에 역점을 두고 다양한 방법과 전략들을 연구하여 실행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개신교 연합과 일치라는 거대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교계의 대표자들이 함께 모여서 진지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고 양보와 희생을 통한 연합과 일치와 하나됨을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이 일을 위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1. 개신교는 천주교와 차별화 되어야 한다.
종교개혁자들이 ‘오직 성경으로’라는 깃발을 세우고 목숨을 걸고 투쟁하던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는 현재의 개신교의 모습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당시의 상황으로는 개신교와 천주교는 도저히 재결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 개신교와 천주교는 그 관계가 너무 밀접해지고 있다. 일반 신도들은 잘 모르는 일이지만 양측 최고위급 지도층의 분위기는 일치와 연합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면, 종교개혁시대와 지금 양자간에 어떤 변화와 타협이 있었는가? 그렇지 않다. 개신교는 여전히 ‘오직 성경’이고, 천주교는 여전히 ‘성경과 전통’이다. 그리고 개신교는 ‘종교적’이고, 천주교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천주교는 단합된 힘으로 장차 세계의 종교, 정치, 경제를 통합하여 통치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천주교는 끊임없이 정치적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개신교가 그러한 일을 모방하려는 경향이 있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라”(롬 13:1). 이것이 ‘오직 성경’을 믿는 개신교의 정치관이다. 개신교는 천주교와 다르다. ‘오직 성경’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2. 어떤 희생을 치르고라도 연합해야 한다.
기독교의 주인이신 예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드린 기도의 핵심은 그의 제자들이 하나가 되게 해 달라는 간구였다(요 17:21~23). 우리가 믿는 예수의 간절한 소망은 그를 믿는 자들이 다 하나가 되는 것이다. 예수를 믿고 구원을 얻어 영생함을 믿는 모든 사람들은 다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 개신교의 결정적인 맹점 중의 하나는 성경의 명확한 기준 없이 상대방을 너무나 쉽게 ‘이단’으로 정죄해버리는 것이다. 이단이란 원래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서 벗어난 교회나 교인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교인 쟁탈전에서 비롯된 이단 논쟁이 주류를 이룬다. 이단연구를 돈벌이로 삼는 '직업적 이단연구가'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이단으로 묶고 푸는 일에 있어서 돈거래도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너무나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지금은 한국 개신교가 종파를 초월하여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모든 기득권과 이권을 포기하고 연합과 일치의 길을 모색할 때이다. 개인적인, 개별적인 희생없이 연합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3. 목회자와 교인들의 생활이 변화되어야 한다.
개신교가 지금 주목해야 할 매우 중요한 성경 말씀은 마태복음 7장 21절이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또 하나의 성경절은 이것이다. “이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
빛은 에너지가 타야 나오는 법이다. 빛은 희생을 전제로 한다. 오늘 개신교회나 개신교의 신도들은 이 ‘희생’이라는 말의 의미를 깊이 음미하며 실천해야 한다. 개신교가 회생하여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철저한 희생종교가 되는 것이다.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복음으로 사람을 교회로 끌어들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교회 안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말씀을 잘 가르쳐 지키게 하는 일은 더 중요하다. 목회자는 자신이 먼저 성경 말씀에 충실히 순종하여 알곡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교인들을 알곡으로 만드는 일에 전념을 다해야 한다. 말로만 ‘오직 성경’이 아니고 그리스도인들의 삶 자체가 ‘오직 말씀’으로 돌아가야 희망이 있다. 이 변화가 개신교에 일어나지 않으면, 이번 교황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교회의 침체는 가속화 될 것이다.
<김 시 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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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오는 8월 교황의 한국방문을 앞두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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