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표 없이 온 봄
김 지 향
차표 없이도 불쏘시개 한 장으로 개찰구를
빠져나온 봄 한 덩이 마중 나온 뾰루지 같은
봉오리들에게 화덕 한 통씩 안겨준다
봉오리들은 일심으로 화덕에 불을 붙인다
지나가는 바람 한 필 끊어와 살 살 살 화덕
앞에서 밤새 부침개를 뒤집는다
해가 하늘 기슭에 얼굴을 내민 뒤에야
뒤집힌 자기 몸을 본다
불침번으로 지켜준 나무에게 손을 흔들며
빵긋, 봉오리를 깨고 나온 진달래
만산에 활짝 불을 피운 봄 아침
녹슨 추억은 뒤로 밀리는, 햇살이 똑 똑
부러지는 빳빳한 젊음을 산새들도 아직은
어리둥절 구경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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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의 화자는 봄에 “봉우리들”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만끽하고 있다. 봉오리들에 나타나는 은혜는 생명의 불씨를 키우는 것이다. 나무는 생명의 불씨를 이어가며 꽃과 열매를 맺고, 햇살은 뭇 생명을 아름답고 가치 있게 지켜 주며, 인간은 “빳빳한 젊음”을 되새기며 생명을 유지하여 간다. 봄의 계절 안에서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이 저마다의 멋과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은 우주 천지 만물을 세세히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계획과 질서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질서를 감지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는 것도 복이다. 복받은 인간은 행복을 볼 줄 아는 시선과 믿음이 있다. 행복이여! 어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