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5(월)
 
내 번민의 모든 것
정 신 재
아내가 징징 운다 격자무늬 문을 반쯤 열고
해 달라는 거다 겨우내 못했던 가사(家事)
마룻바닥에 핀 버짐과 함께 헤벌어진 팬티가 하품을 하고
아내의 엉덩이가 남아 있는 검정 스타킹의 고뇌
그렇다 세탁기를 거쳐 구겨진 빨래는 탈탈 털어야 하고
밀린 청소가 거수 경례를 하는 사이
멋진 시 한 구절이 베란다 턱 밑을 내려다 보는 거다
알고 싶다 당신과 나 사이
내가 좋아 저 돈벌이도 안 되는 시가 좋아
오늘 따라 아내의 무 다리가
짧아진 미니스커트 안에서 바짝 날이 서 있는데
어떡하나 내 뜬구름 잡는 짓
잘 울리는 법고가 된 심장 앞에
원고 마감 날자는 잔뜩 엎드려 있고
나가서 돈 벌어 오라는 소리를 듣기 전에
멋진 시 한 벌 골라내야 하는데
그나마 나를 받쳐 주던 변기가 고장나고
목을 빳빳이 세우는 기사의 견적서
자격이 박탈된 로토는 휴지통에 머리를 쳐박고
심술난 아내의 설거지 소리는 고층빌딩을 오르고
읽어야 할 시편은 바닥에 다리를 뻗고 누웠는데
영감(靈感)의 도깨비는 절망의 쌍코피를 터뜨리고
자본이 눈을 번득이며 거리의 간판을 순시하는 동안
너, 많이 컸구나 번민
 

 
그러므로 나는 사람이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음을 보았나니 이는 그것이 그의 몫이기 때문이라 아, 그의 뒤에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를 보게 하려고 그를 도로 데리고 올 자가 누구이랴”(<전도서> 3:22). 필자에게 주어진 “몫”은 글을 통하여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다. 글쓰기는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달란트다.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이다. “이제는 하던 일을 성취할지니 마음에 원하던 것과 같이 완성하되 있는 대로 하라 할 마음만 있으면 있는 대로 받으실 터이요 없는 것은 받지 아니하시리라”(<고린도후서> 8:11,12). 주님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주심에 감사드리자. 아멘.
12.jpg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정신재)내 번민의 모든 것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