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사도신경을 통해 감리교회가 “거룩한 공교회”임을 고백합니다. 감리교회가 공교회임을 우리가 고백한다는 말은 바울이 “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롬12:50)고 하셨듯이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그리스도의 몸인 하나 된 교회를 믿는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모든 역사적 교회와 지역적 교회는 우주적인 보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교회는 형제교회와 연합해야 함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사도 베드로가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이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기록되었으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 할지어다.”(벧전1:15)하신 것처럼 교회가 거룩한 공동체임을 고백하는 것이며, 사도들의 가르침에 기반하여 존재하는 공동체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예배를 드릴 때마다 사도신경을 통해 ‘거룩한 공교회’를 믿고 고백한다는 말은 교회가 사도적 가르침을 따라 통일성과 보편성, 그리고 거룩성과 사도성을 유지되어야 함을 고백하며, 이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한다는 말입니다.
지금, 감리교회의 공교회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감리교회의 공교회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2014년 목회사학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전체 목회자의 66.7%는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목회자의 37%는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교회사역 이외에 다른 경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목회자의 73.9%는 가정과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목회자의 이중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실천신학대학원 조성돈 교수는 "직업이 두 개인 목회자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교단들이 묵인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목회자들을 비판하는 것은 비겁한 일입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십일조를 바치지 않아 “레위 사람들이 받을 몫을 주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직무를 행하는 레위 사람들과 노래하는 자들이 각각 자기 밭으로 도망”하자 “하나님의 전이 어찌하여 버린바 되었느냐?”고 꾸짖고, 레위 사람을 불러 모아 다시 제자리에 세우고, “온 유다가 곡식과 새 포도주와 기름의 십일조”를 드렸던 느헤미야의 개혁을 구현해야 합니다.(느13장)
모든 교회는 거룩한 공동체이고, 보편적이며, 하나라고 고백하는 상황에서 교회 사이의 심각한 양극화는 우리의 신앙고백에 반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모든 감리교회가 통일성, 보편성, 거룩성, 사도성을 지닌 ‘거룩한 공교회’임을 우리가 믿는다면 개체교회를 개인이나 신자들의 소유로 인식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감리교회 내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교회의 양극화를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특히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미국연합교회의 전통을 이어받은 감독교회로서 본래 감독이 담임목사를 파송하는 등 연회를 중심으로 하는 교구 목회자의 생활은 감독이 책임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리교회에서 교회의 규모에 따른 교역자의 심각한 생활 양극화를 방치하는 것은 감리교회답지 않습니다. 때문에 감리회교회 내에 존재하는 심각한 교회 양극화와 목회자들의 생활 양극화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합니다.
감리교회의 정체성 회복이 바로 교회의 공교회성 회복입니다.
요한 웨슬리는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든 것은 마태복음25장에 나오는 소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라며 평생 자신을 위해서는 28파운드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이웃을 위해 사용했으며, 가난한 이웃을 위해 자신의 옷을 또 노예소녀를 돕기 위하여 값비싼 그림을 팔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요한 웨슬리가 죽은 후 남겨진 그의 재산은 오직 은수저 한 벌과 몇 페니의 동전뿐이었습니다. 또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종교라며 기독교를 사회와 격리된 고독한 종교로 바꾸는 것은 참으로 기독교를 파괴시키는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오늘의 감리교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 요한 웨슬리가 심고 힘써 가꾸었던 감리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요한 웨슬리의 감리교회에서 어떤 교회는 너무도 가난해서 교회를 유지하기조차 힘들고, 어떤 교회는 부유함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교회를 외면하는 일은 발생할 수 없습니다. 또 어떤 목회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목회하는 반면, 어떤 목회자는 수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귀족과 같은 생활을 하는 것도 있을 수 없습니다. 또 감리교회에서 교회의 양극화 혹은 목회자의 생활 양극화를 외면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감리교회의 공교회성 회복은 감리교회 정체성 회복으로부터, 감리교회의 정체성 회복은 교회의 양극화와 목회자 생활의 양극화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감리교회의 정체성과 공교회성 회복을 위해 제안합니다.
감리회에서 정상적으로 목회하는 목회자의 최저생활은 감리회가 보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감리회는 목회자의 사역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여 재도가 악용되는 사례를 방지하는 것을 전제로 <목회자생활보장법>을 제정하여 정상적으로 사역하는 목회자의 최저생활은 감리회가 책임져야 합니다.
목회자 급여호봉제 도입을 통하여 감리회 목회자의 급여를 표준화해야 합니다. 목회자의 환경과 부양가족 등을 감안하여 감리회 차원의 목회자 급여를 표준화 하고, 호봉제를 도입하므로 개체교회에서 목회자 급여책정과 관련한 시비를 없애되 이는 제도화를 통해 모든 개체교회에서 시행될 수 있도록 합니다.
목회자가 은퇴 후 생활에 대한 걱정 없이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은급제도를 제도운영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줄이고 보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획기적인 개혁을 추진하되 그 과정에서 현재 가장 안정적이고 보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자녀의 부모 부양의무가 점점 흐려지는 상황에서 은퇴 목회자의 주거문제를 감리회 본부차원에서 해결하지 않는 한 소위 교회매매와 세습, 후임자에게 은퇴비를 요구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감리회가 소유하고 있는 유휴재산을 활용하여 <은퇴교역자마을(clergy silver village)>을 설립하여 은퇴 목회자의 주거문제 해결에 감리회 적극 나서야 합니다.
감리교회의 정체성과 공교회성 회복, 더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질병의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유할 수 없듯이 병든 감리교회를 치유하는 데도 일종의 골든타임(golden time)이 있는 법입니다. 시간은 감리회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를 외치며 시간을 허비하다보면 감리회를 더 이상 치유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감리회의 정체성과 공교회성 회복이 그렇습니다. 매년 신자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위기의 상황을 막고, 희망 있는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서 감리회는 지금, 여기서 감리회의 정체성과 공교회성 회복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목회자가 병들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며, 그 조치는 목회자가 돈 때문에 목회에 전념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혁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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