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8(화)
 
벼랑의 나무

                       이 향 아

벼랑의 나무는
벼랑에 서 있음을 아나 봅니다
황토 흙 생살처럼 불거진
위험천만한 두덩 위에
밤낮없이 몸을 꼬아 중심을 잡습니다
벼랑의 나무는 벼랑인 줄 앎으로
높은 꿈을 꾸나 봅니다
들판의 나무보다 간절한 흐느낌으로
떠나는 것들의 이름을 외쳐 불러서
들판에선 되레 엄두도 못낼
눈물겨운 회임과 아름다운 결실
뼈가 조심조심 삶을 다스리는 것처럼
뿌리는 서로 얽혀 흙을 안아 올리고
벼랑의 나무는 벼랑인 줄 앎으로
절대로 추락할 수 없나 봅니다.
나무는, 나무들은 같은 듯해도 모두 다른 형질인 듯싶다.

어디에서 자라는가에 따라서 그 삶의 행로가 틀려 진다, 하필 벼랑에 선 나무일까 기암괴석을 뚫고서야 비로서 그 생명을 지탱해 나갈 수 밖에 없는 생명체 인 얄궂은 나무,  인고의 시간을 견뎌 내야한다.
그러나 그 시간 밖에 서 있는 아름답고 눈물겨운 벼랑의 나무는 누구일까? 벌써 삶의 지혜를 눈치 채 버리고 우주의 섭리도 깨달아 버렸다. 그리하여 자연 앞에 겸손히 순응하고 있다.
바람과 눈비를 달래며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다, 그리하여  휘여진 허리는 되레 벼랑과 대칭되어 더욱 조화롭게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보이고 있다. 키만 훌쩍 자란 들판의 키다리 나무 보다 더욱 오묘한 노래를 부를 줄 안다. 신비로운 회임懷妊으로 삶의 무게를 승화 시키고 있다.
나무는 아득한 절벽으로 추락하는 연습을 수도 없이 해보았다.
다리는 더욱 견고하고 튼실하며 짖꿎은 바람도 밀어내고, 시인은, 자연의 여백이 푸르게 깔린 화폭에 한 폭의 명화를 그려내고 있다.
1.jpg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경현수)벼랑의 나무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