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커피
감 태 준
커피 속에 종이컵 바닥에 어른거린다
향긋하고 달착지근한 맛에
커피 주는 줄 몰랐구나.
자판기 커피가 일생의 거울인 줄 몰랐구나.
반품 안 되고 리필 안 되는
딱 한 컵의 생애,
마지막 한 모금 삼키고 나면
누구든지, 그냥 빈 종이컵 하나.
감 태 준
향긋하고 달착지근한 맛에
커피 주는 줄 몰랐구나.
자판기 커피가 일생의 거울인 줄 몰랐구나.
반품 안 되고 리필 안 되는
딱 한 컵의 생애,
마지막 한 모금 삼키고 나면
누구든지, 그냥 빈 종이컵 하나.
일상의 아주 작은 것, 시인은 그냥 스치고 지나갈 법 한 무심한 것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빌딩 안 한 구석이나 혹은 역구驛區에 우두커니 서있는 자판기 기계 앞에서 자판기 커피와 종이컵에서 예사롭지 않은 비감悲感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렇게 큰 울림은 주는 것은 무엇일까? 동전 한 닢을 투입구에 넣으면 신기하게 하얀 종이컵에 감미로운 따뜻한 한 잔의 커피가 튀어 나온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요술 램프인 가봐 ..., 자판기 커피는 도시 서민의 권태롭고 힘든 시간 앞에 즐거움을 선사 한다.
바쁘고 가난한 연인들에게 더 없이 훌륭한 찻집이 되어 준다.
이 환상적인 사건 앞에 왠일일까, 느닷 “삶은 무엇인가?” 그 존재의 물음에 접근 하고 있다.
너무 비약하지 않는가, 그러나 중얼거리고 투덜대야하는 의문 투성이의 삶 앞에 명징하게 말 해주고 있다. (...자판기 커피가 일생의 거울인 줄 몰랐구나. )
그 거울 앞에 시인은 구도자 같이 깨달음에 도달했다. 반품도 리필도 안되는 生생 의 한 가운데 엄숙하게 고개 떨구고 있다.
가성비가 좋은 한잔의 자판 커피와 종이컵...
그 물음 앞에서, 높이 尖塔첨탑에 있는 십자가가 보인다,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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