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13(목)
 
겨울산
                      문 현 미

절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달을 정수리에 이고 가부좌 틀면
수묵화 한 점 덩그러니

영하의 묵언수행!

폭포는 성대를 절단하고
무욕의 은빛 기둥을 곧추세운다

온몸이 빈 몸의 만월이다

겨울산...처절하도록 쓸쓸하고 절제된, 이 시 한 편 읊조린다면 누구나 정갈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시 전 편에서 수도사와 같은 맑고 고귀한 겨울산을 만나게 된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긴 침묵으로 잠겨든 자연과의 교감(交感), 행간의 절제가 절묘하다. 비수같이 날카롭다.
“절언이다.” 이 역설의 화두는 더욱 넓은 의미로 확대되어 툭- 하고 가슴을 파고든다. 아이러니가 시의 구도를 더욱 탄력있게 채워주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삶은 아름답고 경건하기도 하다. 쏟아져 내리던 폭포의 굉음(轟音)도 소리를 죽이고 무채색의 얼음기둥으로 서 있다. 텅 빈 산은 일월(日月)강산(江山)의 수묵화가 되었다.
빈 몸에 이제 달이 잉태되어, 만삭의 겨울이다. 시인은 분명 겨울산이 되어 홀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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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겨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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