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바람이 돌아오는 겨울날

김 율 원

사랑방 한 가운데 놓인 화롯불
고구마를 묻어두고 빙둘러 앉아
동생들과 군침을 삼키며 기다리뎐
겨울날 아랫목
할아버지의 쿨럭거리는 기침소리
고구마 익어가는 냄새 가득 퍼진다

방 건너 대청마루에 어머니와 할머니의
다듬이 소리가 뒷산을 휘돌아
바람보다 빠르게 메아리쳐 온다

바람이 휘돌아 오는 겨울날


몹시 추운 겨울날 바깥에는 찬바람이 윙윙 거리고, 문득 시인의 의식 속에서는 많은 기억들을 동시적으로 불러내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시간들의 상실감은 퍽 애잔하다.
모든 것은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안다, “나는 추억 한다, 고로 쓴다 ( I reminisce, therefor I write ) 라는 명제를 떠올리게 된다. 겨울밤 거실엔 난로가 노랗게 켜지고 방안은 아주 따뜻하다. 바깥에는 바람이 창을 두드리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잘 익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서정시 한 편은 겨울을 포근하게 해 준다.
모든 지나간 것들의 음향과 시선에 닿았던 풍경들이 심화되어 되돌아 온다. 오래전 어릴적 고향의 풍경이 오버-랩 되고 있다. 일상적 삶의 모습이 희화되어 아름다운 시절로 돌아가며 잠시 행복해진다. 화롯가의 군고구마 익는 냄새,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  어머니와 할머니의 정겨운 모습과 리드미컬한 다듬이 소리, 뒷산을 돌아 바람보다 빠르게 오는 소리는 시인에게만 들려오는 소리일까? 그 소리는 누군가의 내면의 깊은 곳에 함께 닿아지고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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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바람이 돌아오는 겨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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