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9(수)
 
별층도(別層圖)

정 공 채

예리야 어머니 계시니
아뇨 아버지만 계세요
아버지 회사에 나가시지 않니
벌써 그만 두고 산에만 잘 가요
그래 무얼 먹고 사니
하나님이 음식을 감사하게
주셔요
오라 어머닌 예배당에 가셨구나
네 나는 주일학교에 가구요
아버진 나가시지 않니
한 번도 나가시지 않았지만 곧
나가시게 될 거예요
착한 우리 아버지거든요
하나님이 인도해 주실 거예요
산에 가서 무얼 하니
묘지를 순례하며 시를 쓴대요
묘지를 순례하다니
나도 몰라요 삼각산이랑
도봉산이랑
집에서 가깝거든요
그래 갖고 집을 언제 사지
집이 없어도 하나님이 주신대요
주인이 가을에 이사 가란다면서
네 방 한 칸 있는 데가 있대요
아버지 회사에 나가셔야 할 텐데
안 나가도 괜찮아요, 혼자
일하는게 더 좋대요
하긴 여태 회사에 나가도 집 한
칸 마련 못한 사람이니까
우리 아빠예요
우리 아빤 그래도 행복하대요
엄마도 웃어 주고요
그래 맞았다 너희 집은 행복해
예리도 꽃같이 예쁘고 너희 오빠도 착하구
우리집엔 하나님이 계세요
해바라기도 한 송이 피어 있구요

자문 자답의 우수( 憂愁 )의 시인은 말갛고 흰 그의 적신을 하나님 앞에 내어놓고 있다.
가난하고 청빈한 삶은 스스로 선택한 길 이고, 그 분의 섭리인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작고 소박한 것들이 기쁨이고 눈물겨운 행복이다 물신.( 物神)이 격랑 처럼 휩쓸며 모든 공간을 채우고 있는 이 시대에, 시인은 묘지를 순례하며 삶과 죽음의 간극(間隙)을 아름답게 투사하고 있다.
묘비를 순례하는 하며 시를 쓰던 시인의 삶은 그 궁극적 지향점이 하나님게 있음을 명징하게 투영시키고 있다 ,해바라기는 하나님을 향한 향일성의 환한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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