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노란 샌들 한 짝

 이 혜 선


리나는 난민촌에 살고 있는 열 살 소녀다
구호센터에서 트럭이 오면
어른들은 서로 좋은 옷을 차지하려고 힘껏 손을 뻗는다

발돋음하는 짧은 팔, 억센 팔들 틈에 끼어
잡히는 대로 일단 당기고 본 리나의 손에
노란 샌들 한 짝

맨발로 살아온 리나의 갈라터진 한쪽 발에
파란 꽃이 달린 노란 샌들 한 짝
가슴에 피어나는 노란 해바라기 한 송이

폭격맞아 불타버린 초등학교
헌 가마니 깔고 흙바닥에 엎드려 공부하던,
넓은 운동장에 ‘언니, 같이 가아’
구호품 깡통을 손애 든 리나
노란 샌들 한 짝 신은 리나가 웃으며 손을 내민다.

제목에서 언뜻 다가오는, 예감적 환희와 슬픔을 접하게 하는 시다, 캐런 린 윌리암스와 카드라 모하메드가 지은 ‘노란 샌들 한 짝’ 을 배경 모티브로 쓴 시 임을 시인은 밝히고 있다. 지구촌은 전쟁과 폭력과 분쟁으로 삶의 현장은 비극적 아픔이 끊일 줄 모른다.
가슴 아프고 애잔한 모습을 이 길지 않은 시 전문에서 선연히 보여주고 있음은 시인 만의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품성이 만들어낸 작품임을 유추 하게 된다.
지구 건너편의 비극적 현장의 인질이 되어버린, 어린 리나의 삶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지 돌이켜 보아야 하지 않을까, 노란 샌들 한 짝 이나마 결코 놓을 수 없는 절박한 생명의 존엄을…. 노란 샌들의 의미가 더욱 확충되며, 반세기도 더 지난 한국전쟁을 오버랩 시키고 있다.
전후(戰後)의 우리의 아픔의 기억을 심화 시켜 심리적 거리가 합일(合一) 되어 따뜻한 연민과 감동을 불러 일으켜 주고 있다.

1.jpg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경현수)노란 샌들 한 짝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