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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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지난 20일 존 번연의 천로역정(합질) 게일선교사 번역 초판본 2종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천로역정’(天路歷程,ThePilgrim’s Progress)은 영국의 청교도 작가 존 번연(1628〜1688)의 소설로 1678년 초판이 나왔다. 꿈의 형식을 빌어 이야기를 풀어낸 책으로 ‘기독도’이라는 남자가 ‘장차 멸망할 도시(장망성)’를 떠나 ‘천성’을 향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크리스천이 인생의 여정에서 욕망과 싸우며 사탄의 도전 앞에서 거룩함을 이뤄간다는 이야기로 구원과 성화의 여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천로역정’의 출판과 게일 선교사
국내에는 1895년 장로교 선교사 제임스 스카스 게일과 부인 깁슨이 공동 번역해 소개했다. 당시 한글로 번역된 ‘텬로력뎡’은 평양 장대현교회 길선주 목사가 읽고 감명을 받음으로써 1907년 평양 대부흥을 이끌어낸 원동력이 됐다. 성결교의 이성봉 목사도 전국을 다니며 천로역정 부흥회를 개최할 정도로 이 책을 높게 평가했다. 이 목사는 ‘멸망의 도시’를 장차 망할 성이란 의미의 ‘장망성’으로 표현했다.
초판은 소설의 제 1부를 2책으로 나눠 목판으로 인쇄하였으며 미려한 한지를 사용하여 한 장 제본으로 만들어졌다. 책 중 삽화는 총 42장으로 당대 풍속화가 기산(箕山) 김준근의 삽화도 수록돼 있다. 기산의 이 그림은 외래종교인 기독교를 주체적으로 수용해 토착적인 전통을 반영한 한국 개신교 미술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다.
텬로력뎡은 개화기 번역문학의 효시로 국문학사적으로도 당시 한글보급과 한글문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책자다. 최초로 번역된 텬로력뎡 초판본은 현대식 인쇄출판을 통해 초기 대중에게 복음을 전하는 통로로 사용되었고 한국의 기독교 신앙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1895년의 초판에 이어 1910년에 나온 재판은 연활자로 인쇄되었는데 기일목사 역 이창직 교열로 바뀌었으며 장로교서회(Presbyterian Publication Funds)의 발행이다. 3판은 한국종교서적소책자학회 (Korea Religious Book And Tract Society)의 발행으로 1919년 요코하마에서 인쇄되었다. 재판과 3판의 삽화는 초판을 축소하여 동판으로 인쇄했으리라고 추정한다.
1920년에 나온 텬료력정 3판 끝에는 ‘본셔의 뎨이편 텬셩려행기가 츌판되었는데 그 내용은 긔독도의 쳐자가 그 남편을 따라 멸망의 셩에서 행한 것이라. 특별히 녀자와 아해의게 자미가 잇슬것이니 한번보시기를 바라옵’이라는 광고가 나와 있다. 텬료력졍 뎨이권은 ‘긔독도 부인 려행록’이라고 부제를 붙여서 1920년 8월 10일 신문관 인쇄 조선 야소교서회 이름으로 발행되었다. 언더우드부인 (Mrs .H. G. Underwood ) 이 번역한 이 책에는 제1부와 화풍이 다른 삽화 10장이 게재되어 있다.
게일과 언더우드목사부인의 번역본에 이어 1936년 조선기독교서회에서 오천영의 번역으로 제 1부가 번역되었다. 이 책에는 삽화 10장이 수록되어 있다. 해방 이후 1949년부터 조선기독교서회의 오천영 번역의 재판에 이어 많은 번역본이 현재까지 나오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천로역정》 재조명과 게일선교사 연구 시급
게일 부부에 의해서 번역된 텬료력뎡 초판본은 한국 기독교 복음전파와 책의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희귀본이며, 철저한 연구와 고증이 필요한 책이다.
기독교신앙이 한국에 상륙한 19세기 한국은 열강의 간섭에 국기가 흔들리고 부패와 혼란이 극도에 달하여 민중의 생활이 참으로 어려웠던 때이다. 그러한 시대에 오늘의 고통과 유혹을 이겨내고 구원의 길을 걸어가 내세의 행복을 접하게 되는 천로역정의 이야기가 이 땅에 소개되었다. 일제의 기독교신앙 탄압에 대항하여 집단순교로 맞선 민중들의 꿈은 번연의 천로역정과 어떤 연관이 없는 것일까?
《천로역정》이 소개되고 130여 년이 넘은 오늘 한국교회는 천성을 향해 건강한 신앙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인가? 기복주의와 개인주의 신앙이 열병처럼 번지고 극심한 자본주의의 유혹앞에 오염되고 있지는 않은지 묻게 된다.
세계문학사의 불후의 명작으로, 또한 한국기독교 신앙 초기에 큰 영향을 미쳤을 존 번연의 사상과 천로역정에 대한 재조명작업과 더불어 최초로 번역, 소개하여 이방인으로서 한국의 영혼구원과 근대화, 그리고 문화개척에 일생을 바친 게일선교사의 사역에 대한 깊은 연구와 재평가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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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번연의 ‘천로역정’과 게일선교사/이 효 상 목사 / 교회건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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