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입동

이 무 권

“다 이루었다”
십자가에 달린 서른세 살의 청년의 한 마디
이십이억 지구인이 ‘아멘 아멘 ’
경베를 한다.
해마다 봄이 증명하는 낙엽의 부활
소멸과 완성이 하나라는 복된 소식
그 소멸의 첫날인 오늘
낙엽이 진다, 나도
한 사흘 푹
잠이나 자야겠다.

 24 절기 중 열아홉 번 째가 立冬이다. 霜降과 小雪 사이의 절기다. 스산하고 어두운 계절의 암시다. 입동은 겨울을 앞 세우고 와 있다. 자연계의 모든 생명 앞에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 시베리아 벌판 凍土의 칼바람이 날을 세우고 불어온다.
모든 나무와 풀과 꽃들은 시들어 땅으로 떨어져 그들의 생명을 마무리 한다. 鬱鬱하던 숲은 죽음처럼 동면에 들어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인은 입동은 곧 소멸이요, 소생이라고 복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입동과 입춘의 묘한 대립과 공존이 희망이다. 죽음은 부활이라는 것을 예수님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며 남기신 “다 이루었다”는 話頭가 인류의 새 생명이고 희망이다. 낙엽은 곧 새로운 생명으로 소생되고 우리 생명도 부활의 생명이 된다는 진리를 안다.
T.S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라고 노래했음에, 어둡고 우울한 시어와 이야기 조각들이 지성적 詩句로 표현되며 죽음이 결코 죽음으로 매장되지 않고 다시 소생하게 됨을 경험 하게 된다.
나뭇잎은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도, 입동 앞에 서 있는 나무와 우리는 영원한 죽음이 아닌 부활 생명으로 돌아감을 시인은 明徵하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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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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