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20장을 낭독하는 자나 듣는 이스라엘이라면, 이 열 마디의 말씀이 얼마나 무겁고 거룩하고 경건하며, 가슴을 뜨겁게 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여주는 말씀임을 확실하게 알 것이다. 지금의 이스라엘도 과거 출애굽의 이스라엘과 다르지 않게, 이 열 마디 말씀에서, 자신들이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함을 명명백백하게 알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의 이스라엘의 헌법 첫째 문장이, ‘우리는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한 노예였습니다. 그런데 그 종 되었던 집에서, 야훼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별하여 구원하시고, 하나님의 거룩한 나라와 백성으로 삼으셨습니다.’이다. 이 열 마디로 되어 진 문장은 이 땅의 어느 막강한 황제라도 흉내를 낼 수 없는, 하늘과 땅을 다스리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칙령이다.
이 하나님의 엄위하신 주권 선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는 이스라엘에 들어올 수가 없다. 이 첫마디 말씀을 동의하고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나의 하나님을 사랑하며 내 겨레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하겠습니다.’라는 맹세 없이는 이스라엘 시민이 되질 못하기 때문에, 이 칙령과 같은 선포문의 중요성과 가치는, 인간의 가치로는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야훼 하나님이 치리하시는 나라의 시민 십이란, 바로 이러한 바탕에서 비롯되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출애굽을 역사적으로 경험한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에 살면서, 이 열 마디 말씀을 지켜내질 못한 것이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바빌론과 페르시아와 로마의 통치로 넘겨졌고, 이천오백 년을 유리방황하며 살아야 했던 것이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이 AD70년, 로마군대에 의해서 성전과 함께 돌 위에 돌 하나 쌓이질 않고 철저하게 파괴되고 점령되자, 그즈음 이 광경을 목격한 증인들 중에 한 사람이, 온 지역에 뿔뿔이 흩어진 유대인들에게, 새로운 야훼 하나님의 칙령과 복음을 선포한다. 바로 이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만물을 붙드시기 위하여 그 아들을 보내시어, 모든 인류를 더럽혀진 죄악에서 정결하게 씻으시고, 하나님의 성령을 부어주셔서 거룩한 나라와 제사장으로 삼으시고, 저들을 아들의 우편으로 끌어 올리시기 위해, 야훼 하나님 우편의 보좌에 등극하신다. 바로 이 복음서가 히브리서이다.
이 복음서를 뒤이어 나온 요한의 묵시록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야훼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를 세밀하게 계시한다.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그 아들이 흘리신 보배로운 피로써 죄인들을 속량하셔서 만물을 붙들고 계시며, 죽은 자들 가운데서 제일 먼저 부활하셔서, 산 자들 뿐만이 아니라 죽은 자들까지 통치하시기 위해 사망과 지옥의 열쇠를 거머쥐셨다. 이 요한묵시록은, 알파와 오메가이시고 창조자이신 그리스도가 최후의 심판석에 등극하시는데, 그가 바로 인류를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어 놓아 보배로운 피를 흘려, 사람들을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신 나사렛 예수이시다. 자신의 백성들을 죄악과 음부에서 구원하시어 나라와 제사장으로 삼으시려고, 늦도록 문을 여신 채 두 팔을 벌리고 계시는 그리스도이시다. 세상은 점점 더, 바빌론 음녀와 진한 진노의 잔을 마시며 취해가고, 권력자들과 부자들과 명예를 탐내는 자들로 밤이 깊었지만, 그리스도는 여전히 자신의 일곱 교회를 돌보시며 일곱 별을 붙들고 계신다.
우리가 신약을 읽는다면서, 황제의 칙령보다도 엄위하신, 절대적인 ‘하나님의 복음’ 선포를 게으르게 직면한다면, 저는 사망과 음부를 비켜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요한의 묵시록에 흠뻑 젖어든다면, 하나님의 엄위하신 주권을 우회할 수 없으리라. 더욱이 히브리서를 가까이 하는 이 역시, 자신이 창조하신 만물을 붙드시기 위해 등극하신, 조물주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를 모른다고 하질 못할 것이고, 마태복음을 직면한자 역시 ‘하나님나라와 그 의’의 질서를 세움에 있어서 결코 머뭇거리질 않을 것이리라.
바울은 백주의 빛보다도 더 밝은 성령의 빛에 의해서,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 등극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계시 받았다. 저는 보좌 우편에 즉위하신 만주의 주이신 그리스도로부터 친히 성별되어,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고 시행하는 사도로 부름 받아, 기름부음을 받은 종이다. 바울은 이제껏 붙들고 있던 모든 가치관을 폐기처분하였음은, 그만큼 그가 알게 된 그리스도가 가장 고귀한 절대 주권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바울이 선포한 이 ‘하나님의 복음’의 칙령은, 그리스도의 통치 아래에 들지 않은 이들에게는, 아직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이리라. 백주의 빛보다도 더 밝은 성령의 빛만이, 이 깊은 잠에 취한 그대를 깨울 수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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