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20(목)
 
나무들은 알고 있다

이 향 아

나무들은 시간이 무엇인지를 안다
새벽이 얼마나 깊은지 대낮이 얼마나 짧은지
저녁에서 밤으로 가는 길은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이라는 것도 안다
발은 흙 속에 묻었지만 그 어느 것에도 기대지 않고
열 손가락 쪽물에 씻으며 돌아다보는 나무

나무들은 땅이 무엇인지를 안다
진토의 수렁, 최후의 벼랑에서도
서 있는 그 자리를 원망하지 않는다
해를 우러러 우주로 통하는 소망을 열고
불편하면 할수록
그 시간, 그 땅에 발을 묻는다

나무는 바람이 무엇인지 물이 무엇인지를 안다
사람 사는 세상이 무엇인지를 안다.

 나무는 현자(賢者)다. 천체의 운행과 그 법칙도 알고 있으리라고, 시인은 나무가 되어 나무와 함께 큰 숲을 이루고 있다. 자연의 순리를 순응하며 그 어느 것에도 기대지 않고, 숲의 개체인 한 그루 나무가 우주를 지으신 이의 섭리임을 알고 있다.
시간과 공간도 가늠 한다. 낮과 밤의 이질적 명암(明暗)도 품고 있다. 시간 밖의 혼돈과 無爲의 어리석음도 용케 알아버린 나무는 흔들리지 않은 채 그의 잎새들을 조용히 손 흔들어 누군가를 보내기도 하고 칼바람도 쓰다듬어 보낼 줄 안다. 묵묵히 서 있는 자리에 깊은 뿌리가 그를 견고히 세우고 있다. 방랑자와 같이 발길을 이리 저리 옮기질 않는다. 우주로 관통하는 햇빛과 바람과 교감한다. 그래서 잠들지 않는 메신저다. 비가 오리라, 눈이 오리라, 강줄기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 가는 지 알고 있다. 물을 따라 나서지 않는다. 그의 땅의 깊이에서 목을 추기며 그림자를 지키며 속울음 운다. 사람 사는 슬픔을 흘러 보내고 있다 나무들은 알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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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나무들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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