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12(목)
 
꽃이 피었습니다

김 장 출

그 빛깔과 향내는 대단치 않아도

그 모양과 자태도 대단치 않아도
비탈진 언덕바지
무너진 황토밭에
남몰래 살짝
피었다 시들어버릴
이름 없는
한 송이 꽃이 피었습니다

거센 비바람에도
내리 쬐는 폭염에도
굴하지 않고
외로움과 고통을 참아내며
뻗쳐오르는 바램
그는 미천하고 초라한 것 같지만
저는 부끄럽고 보잘것없는 것 같지만
오직 간절한
소망 하나로
한 송이 꽃이 피었습니다.

한 송이 꽃이 피었다고요-. 빛깔과 향내 대단치 않아도 모양과 자태 대단치 않아도 황토밭, 밭두렁 가에 홀로 피어 있는 들꽃, 누가 가꾸지 않았어도 수수하게 곱다. 창조주가 만들어 놓은 자연, 사람들이 비틀거나 허리를 동여매가나 아무런 속박도 하지 않은, 분재로 만들어 화원 속에 가두어 두지도 않고, 옹색한 화분에 심어 꽃가게 앞에 진열한 꽃송이가 아니다. 비바람과 폭염에도 견디어 내며 오롯이 스스로  핀 꽃, 자연을 거슬리지 않고 순응하는 무엇을 하려하지 않고 그러한 대로 피어난,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얼마나 피어 있어야 하는지, 왜 꽃대가 흔들리는 지 알 수도 없고 알려고 아니하는 들꽃은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어도 햇볕과 바람과 비에 젖으며 잘도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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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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