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08(화)
 
풍경, 약국은 지금
                                         안 재 찬


1.
여권이 없어도 바람이 봄으로 국경을 넘는구나
눈에 들어오지 않는 정체불명의 손님
다녀간 길마다 손만 닿아도 공포는 부풀려지고
하얘지는 머릿속, 증발하는 언어

무슨 수를 부르 길래
자본이 문명이 핵까지도
옴싹 달싹 못 하는구나
무슨 힘을 가지 길래
동양을 서양을 종교까지도
몸을 부르르 떠는구나

일상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선전포고도 없는 천하무적 역병의 시대
전염병도 아우성으로 노아의 방주 꿈 잠은 이어지지 않는구나

2.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골목 모서리에 입술을 깨물며 줄 서 있는
코로나19의 전사들
핏빛 노을 속, 부역열차에 목숨을 실을 때
무탈 귀가를 흰 손 흔들고 있는

약국은 지금, 노란 완장을 차고 있구나  


시의 주제를 풍경으로 설정한 시인의 의도가, 역설적 암담함과 두려운 현실의 어둠을 ‘풍경’ 으로 변용시켜 마치 낭만주의 화가 렘브란트가 빛과 어둠을 선명하게 대칭시켰듯이 시인은 어둠과 두려움을 선명하게 노란 풍경으로 시화(詩畵)하고 있다.
이 지구촌에 예기치 못한 공포에 가까운 코로나19 라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소멸시켜야 할지, 미세한 놈의 정체도 모른 채,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물인 인간이 하나같이 나약하게 절망 앞에 서 있다니, 여권이 없어도 차표가 없어도 지구촌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금년 봄은 그냥 지나가고 있는지, 한라산 북쪽 산자락 생태 숲에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노란 복수초를 만나지 못했다. 복과 수를 기원하는 꽃이라고도 할 만큼 아기주먹 같이 앙징맞고 귀여운 꽃망울은 봄의 전령사, 봄이 가고 코로나19도 곧 지나가리라고 도시의 암울한 풍경도 곧 지나가게 될 것이라고, 노란 희망의 색채 스펙트럼의 580mm 파장이 노랑 빛으로, 줄 서 있는 이웃을 치유하고 그 보다 더 밝은 흰색 까운의 손길에 하나님의 은총이 더하여 노란 봄날이 화창(和暢)하는 봄, 봄이야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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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풍경, 약국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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